폐활량을 크게 떨어뜨려 일상생활조차 힘들게 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폐기능 검사와 가슴 방사선 촬영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한 환자가 폐기능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한림대의료원 제공
기침·가래·운동중 호흡곤란 탓에
계단 오르기 등 일상생활 어려워
“환자 90%가 흡연자” 담배 끊어야
정기 검진으로 조기 발견 필요
걷기 운동 등 통해 폐활량 늘려야
계단 오르기 등 일상생활 어려워
“환자 90%가 흡연자” 담배 끊어야
정기 검진으로 조기 발견 필요
걷기 운동 등 통해 폐활량 늘려야
중년 이후에 숨이 가빠 일상생활조차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오랜 기간에 걸친 폐 조직 손상으로 발생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시오피디·COPD, 이하 폐쇄성폐질환)을 앓는 환자다. 40살 이상 성인 남성 5명 가운데 1명, 여성 15명 가운데 1명가량이 이 질환을 앓는다는 보고도 있다. 반면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는 사람은 환자 40명 가운데 1명 정도에 그친다. 또 주된 원인이 흡연이라는 사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흡연자가 이 질환을 앓는 경우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다.
■ 흡연자의 70%가 기침·가래 등 증상
황용일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이 금연클리닉을 찾은 흡연자 289명을 대상으로 폐쇄성폐질환의 진단 또는 치료 여부, 금연 의지, 건강 상태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더니, 36%(104명)가 스스로의 건강상태에 대해 좋다고 답했다. 그러나 폐쇄성폐질환에 나타나는 기침, 가래, 운동 중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한 가지 이상 있다고 답한 사람도 68.2%(197명)나 됐다. 당장에 증상이 심하지 않다 보니 스스로 건강하다고 여겨 이 질환을 방치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질환은 기도와 허파꽈리에 손상을 일으키는 유해물질 탓에 발생하는데 가장 큰 원인으로 흡연이 꼽힌다. 환자의 90% 이상이 흡연 때문에 이 질환에 걸렸다는 보고도 있다. 간접흡연 역시 중대한 원인이 되며 이 밖에는 심각한 대기오염이나 오랫동안 공기가 오염된 작업환경에서 일한 사람한테 발생한다. 이 질환에 걸려 폐활량이 크게 떨어지면 운동은커녕 계단을 오르거나 화장실에 가는 등 일상생활에도 제한을 받는다.
이처럼 폐쇄성폐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지만, 이번 조사에서 흡연과 관련된 질환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에 그쳤다. 황 교수는 “흡연자들의 폐쇄성폐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고, 흡연과의 관련성도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폐쇄성폐질환 교육하면 금연 의지 높아져
황 교수팀 조사 결과, 흡연자들한테 폐쇄성폐질환의 원인이나 증상, 심각성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면 금연 의지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폐쇄성폐질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그룹은 ‘흡연이 발병 원인’이라는 교육 뒤 76.2%가 ‘금연 의지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반면 이 질환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그룹에서는 교육 뒤 금연 의지가 증가한 비율이 86.3%나 됐다.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 폐쇄성폐질환 증상을 보이는 그룹 역시 그 비율이 81.2%나 됐다. 이 질환에 대한 교육이 흡연율 저하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자각 증상 나타날 땐 이미 폐 기능 손상
폐쇄성폐질환 증상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폐 기능이 절반 이상 손상돼야 ‘운동 중 호흡곤란’과 같은 자각 증상을 느낄 수 있는 탓에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문제는 이미 손상된 폐 기능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조기진단과 관리가 중요한 건 이 때문이다. 조기진단은 폐활량 감소와 함께 찾아오는 폐렴 등 다른 폐 질환의 발생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황 교수는 “흡연자라면 호흡곤란이 없더라도 기침, 가래 등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검진을 받아야 한다. 가슴 방사선 촬영(엑스레이 검사)과 폐 기능 검사로 비교적 간단하게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환자는 유산소 운동으로 폐활량 늘려가야
폐쇄성폐질환은 대부분 흡연이 원인이므로 이 질환의 예방 및 관리의 첫번째 단계는 담배를 끊는 것이다. 이와 함께 폐활량을 늘리기 위한 운동도 필요하다. 이진화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전거 타기나 걷기 운동을 통해 폐활량을 증가시키면 호흡 기능의 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황사나 대기오염이 심하면 실외활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또 기관지를 자극할 수 있는 연기도 피해야 한다.
호흡기계 감염 질환에 걸리면 증상이 악화되므로 해마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하고, 폐렴구균 예방백신을 맞는 것이 권고된다. 폐활량이 줄어 산소가 부족한 환자들은 기관지 확장제 등을 처방받기도 하며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서 장기적인 산소요법을 받을 수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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