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음압격리병실에서 의료진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를 돌본 뒤 병실을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첫 발병 사우디 연구진 발표 확인
“일부 감염자, 증상 없이도 전파
의료진도 이런 경우에 포함 가능”
“일부 감염자, 증상 없이도 전파
의료진도 이런 경우에 포함 가능”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의 최대 잠복기가 2주(14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길게는 6주(42일)까지도 증상 없이 잠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확인됐다. 메르스 격리 대상자가 증상 없이 최대 잠복기를 넘겼어도 최종 ‘음성’으로 진단되지 않았다면 안심하긴 이르다는 얘기다.
메르스 첫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도시 제다에서는 지난해 4월 300명이 넘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당시 한 병원에서 20대 메르스 환자를 돌본 여성 간호사(40)도 환자 접촉 이틀 뒤 격리 조처됐다.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곧바로 진행한 메르스 진단검사에서 이 간호사는 잇따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해당 간호사는 4월24일 확진을 받은 뒤 격리기간 동안 지침에 따라 매주 진단검사를 받았다. 그는 이후 6월5일까지 무려 6주 동안 양성 판정을 받았다. 6월12일이 돼서야 간호사의 상태는 음성으로 돌아섰다. 사우디아라비아 연구팀이 세계적인 감염병 전문 저널인 <임상 감염병리학>(CID)에 지난해 12월 발표한 사례다.
연구팀은 이에 앞서 증상이 없는 일부 메르스 감염자의 기도 윗부분(상기도)에서 바이러스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종합해 연구팀은 “어떤 이들은 외부 활동을 막을 만한 특별한 증상이 없는 잠복기 동안에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감염에 취약한 상태에 있는 (일반) 환자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의료진도 이런 집단에 포함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의료진이 확진 환자에게 노출된 적이 있더라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병원 안팎에서 6주 동안이나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결과여서 특별한 주의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특수한 사례여서 일반화하긴 어렵더라도 국내 메르스의 양상이 전형적인 양상에서 벗어난 만큼 메르스 노출 위험이 있는 자가격리 의료진들이 현장으로 복귀할 땐 진단검사가 필수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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