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성 척추염 환자이면서 동시에 이를 진료하는 의사인 이상훈씨. 진료하는 중간에 시간이 나면 환우회 홈페이지에 상담 글을 올린다.
■ 강직성 척추염 이상훈씨
‘의사들도 병에 걸리냐?’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의사도 많은 질병을 앓는다.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인 이상훈(32·경기 고양시 식사동)씨도 그 중에 한 사람이다. 그는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로 주로 척추 관절에 염증이 생겨 심하면 대나무처럼 굳어지기도 하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이면서 동시에 이 병을 치료하는 의사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의 모임인 환우회에서도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열린 관절염 관리 심포지엄에서 환우회를 대표해 토론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씨는 자신이 진료하는 환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고, 또 구체적인 관리 방법을 환자들에게 듣기도 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자가 면역질환의 한 종류로 평생 지니고 가야 합니다. 또 척추가 한 번 굳으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해 철저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약도 잘 챙겨야하지만, 허리 관절 운동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사실 의사 입장에서 환자가 돼 보지 않으면 구체적인 관리 방법을 알기 쉽지 않습니다.”
고3때 찾아온 엉덩이·허리통증 제대로 진단받는데만 5년 걸려
약과 운동으로 병마 관리하며 류마티즘 전문가로 성장
병원선 의사 환우회선 상담가로 환자들과 교류하며 희망키워 이씨가 주의 깊게 챙기는 운동은 잠들기 전에 10~15분이라도 요가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다. 잠든 사이 척추가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평소에는 업무가 바쁘다보니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어려워서, 시간 날 때마다 스트레칭과 관절운동을 한다. 관절의 운동 범위를 계속 늘려 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병의 진행을 막고 있다. 한 시간 이상 시간이 나면 가까운 헬스장을 찾는다. 역시 스트레칭과 하체 운동을 주로 하고 있다. “주말처럼 시간이 더 많이 나면 수영하러 다니기도 해요. 수영이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에게 많이 권장되는 운동이거든요.” 음식은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 없지만, 단백질을 잘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염증성 질환이라 근육과 같은 단백질의 소모가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씨는 세끼 식사를 꼭 챙겼으며, 전공의 시절 그 바쁜 와중에 식사를 못하면 5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간식을 먹곤 했다. 그가 즐기는 음식은 역시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류다. 이씨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 가운데 고기 종류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을 꾸준히 먹는 것도 중요하다. 염증을 줄여야 척추가 굳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현재까지 연구 결과로는 증상이 좀 나아졌다고 마음대로 끊을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며 “약을 처방하는 저도 같은 처지라고 이야기하면 환자들도 잘 받아 들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것 이외에도 환우회 홈페이지를 통해 상담가로도 꾸준히 활동 중이다. 진단도 쉽지 않지만 특히 처음 진단된 사람들은 절망감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이씨의 경험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곤 한다. 그도 고3 때 처음 엉덩이와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으며, 제대로 진단되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 엉덩이 통증으로 바닥에 누울 수도 없었고 2년 동안 엉덩이 관절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또 진단된 뒤에도 척추가 모두 굳으면 통증도 사라질 것이라는 의사의 차가운 말에 부모님은 눈물을 흘렸고 그도 깊은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현재는 꾸준한 관리로 걷는 데 지장은 없으나, 목이 좀 뻣뻣하고 엉덩이 관절의 운동 범위가 제한돼 있다. “전공 과를 정할 때 류마티스 내과 교수님들이 무하메드 칸이라는 미국의 강직성 척추염 대가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어요. 그는 목 부분의 척추까지 모두 굳어서 7차례나 수술을 받았던 사람인데, 현재 이 분야를 집대성하고 있는 학자로 유명하지요. 이 밖에도 환자 중에는 근대 5종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사람도 있고,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활동 중인 사람들도 있어요. 이런 예를 들면서 환자들을 설득하고 있어요. 실제로도 관리만 잘되면 병의 진행이 멈춰져 일상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거든요.” 이씨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이미 진행돼 허리 척추가 굳어서 병원을 찾은 경우다. 이 때문에 진료하다가도 종종 우울감에 빠진다. 이씨는 “질병에 대해서 알면 그렇게 두려워만 할 것은 아니다”며 “질병을 이겨내는 길에 환자들과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약과 운동으로 병마 관리하며 류마티즘 전문가로 성장
병원선 의사 환우회선 상담가로 환자들과 교류하며 희망키워 이씨가 주의 깊게 챙기는 운동은 잠들기 전에 10~15분이라도 요가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다. 잠든 사이 척추가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평소에는 업무가 바쁘다보니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어려워서, 시간 날 때마다 스트레칭과 관절운동을 한다. 관절의 운동 범위를 계속 늘려 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병의 진행을 막고 있다. 한 시간 이상 시간이 나면 가까운 헬스장을 찾는다. 역시 스트레칭과 하체 운동을 주로 하고 있다. “주말처럼 시간이 더 많이 나면 수영하러 다니기도 해요. 수영이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에게 많이 권장되는 운동이거든요.” 음식은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 없지만, 단백질을 잘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염증성 질환이라 근육과 같은 단백질의 소모가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씨는 세끼 식사를 꼭 챙겼으며, 전공의 시절 그 바쁜 와중에 식사를 못하면 5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간식을 먹곤 했다. 그가 즐기는 음식은 역시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류다. 이씨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 가운데 고기 종류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을 꾸준히 먹는 것도 중요하다. 염증을 줄여야 척추가 굳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현재까지 연구 결과로는 증상이 좀 나아졌다고 마음대로 끊을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며 “약을 처방하는 저도 같은 처지라고 이야기하면 환자들도 잘 받아 들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것 이외에도 환우회 홈페이지를 통해 상담가로도 꾸준히 활동 중이다. 진단도 쉽지 않지만 특히 처음 진단된 사람들은 절망감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이씨의 경험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곤 한다. 그도 고3 때 처음 엉덩이와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으며, 제대로 진단되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 엉덩이 통증으로 바닥에 누울 수도 없었고 2년 동안 엉덩이 관절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또 진단된 뒤에도 척추가 모두 굳으면 통증도 사라질 것이라는 의사의 차가운 말에 부모님은 눈물을 흘렸고 그도 깊은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현재는 꾸준한 관리로 걷는 데 지장은 없으나, 목이 좀 뻣뻣하고 엉덩이 관절의 운동 범위가 제한돼 있다. “전공 과를 정할 때 류마티스 내과 교수님들이 무하메드 칸이라는 미국의 강직성 척추염 대가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어요. 그는 목 부분의 척추까지 모두 굳어서 7차례나 수술을 받았던 사람인데, 현재 이 분야를 집대성하고 있는 학자로 유명하지요. 이 밖에도 환자 중에는 근대 5종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사람도 있고,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활동 중인 사람들도 있어요. 이런 예를 들면서 환자들을 설득하고 있어요. 실제로도 관리만 잘되면 병의 진행이 멈춰져 일상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거든요.” 이씨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이미 진행돼 허리 척추가 굳어서 병원을 찾은 경우다. 이 때문에 진료하다가도 종종 우울감에 빠진다. 이씨는 “질병에 대해서 알면 그렇게 두려워만 할 것은 아니다”며 “질병을 이겨내는 길에 환자들과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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