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표적 아프리카…영국도 안심 못해”
방역 전문가들 긴급회의 열어 대책 논의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조류 독감(인플루엔자)이 터키와 루마니아에 상륙해 유럽을 넘보고 있다. 홍콩에서 첫 조류독감 환자가 확인된 이후 8년 만에 지구 반바퀴를 돈 셈이다. 특히 터키에서 검출된 조류독감은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H5N1’형으로 밝혀져 유럽을 긴장시키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3일 각국에 백신 비축을 촉구하며, 올 겨울에 ‘바이러스 충격’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긴장=조류독감은 유럽의 동쪽 문턱까지 접근했다. 영국 환경부 소속 수의사인 데비 레이널즈는 “터키에서 H5N1형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영국도 조류독감의 사정권에 들었다는 뜻”이라며 “이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공격적”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보건부는 100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독감 예방주사를 맞을 것을 권고했다. 유럽연합은 이날부터 터키산 가금류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루마니아산 가금류 수입은 이미 금지된 상태다. 터키와 루마니아 정부는 조류독감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리와 닭, 칠면조를 무더기로 폐기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루마니아에서 발생한 조류독감도 같은 종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방역 전문가들은 14일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다.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유럽연합 보건당국은 “이번 긴급회의에서는 조류와 인간의 접촉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성을 환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조류학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철새들이 전파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난 여름부터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중국 서부와 러시아, 카자흐스탄으로 번지자 철새들의 이동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아프리카도 조류독감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을 전망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동물보건국 사무엘 주치 박사는 “철새들이 겨울엔 남쪽으로 내려간다”며 “조류인플루엔자의 다음 표적은 서유럽보다는 터키와 루마니아 인접국과 아프리카 나라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확보전=조류독감이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조류독감 방역에 유효한 것으로 판명된 ‘타미플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현재 인구의 1%에 해당하는 분량을 비축하고 있으나, 이를 2000만명분까지 늘릴 계획이다. 영국과 프랑스, 핀란드 등도 인구의 20∼40%에 해당하는 타미플루를 주문한 상태다. 제조사인 스위스의 로슈는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알렉산더 클라우저 로슈 대변인은 올해와 내년에 타미플루의 생산량을 2003년보다 8배에서 10배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슈는 지난해에 타미플루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렸다. 그러나 인도 최대의 제약회사인 시플라는 로슈의 승인을 받지 않고 타미플루 제네릭(동일성분 약품)을 생산하겠다고 밝혀, 로슈와 갈등을 빚고 있다. 대만은 로슈의 제조 승인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협력체제 구축=세계보건기구는 조류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적인 협력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오미 시게루 서태평양지역 사무국장은 “동남아시아에서 조류독감을 억제하려는 시도가 실패했다”며 “국제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2억6천만달러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을 방문한 마이클 리빗 미국 보건부장관은 “조류독감의 인간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은 이를 위해 2500만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는 조류독감의 확산이 인간 감염 가능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곧바로 전염병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며 조류독감 경고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다. 세계보건기구 동물보건국은 “H5N1형 바이러스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조류에서 사람으로 전염된다”고 밝혔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가 터키와 루마니아에 상륙해 유럽을 넘보고 있다. 홍콩에서 첫 조류인플루엔자 환자가 발생한 이후 8년 만에 지구 반바퀴를 돈 셈이다. 특히 터키에서 검출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전염될 수도 있는 H5N1형으로 밝혀져 유럽을 긴장시키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3일 각국에 백신 비축을 촉구하며, 올 겨울에 ‘바이러스 충격’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도 긴장=조류인플루엔자는 유럽의 동쪽 문턱까지 손길을 뻗쳤다. 영국 환경부 소속 수의사인 데비 레이널즈는 “터키에서 H5N1형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영국도 조류인플루엔자의 사정권에 들었다는 뜻”이라며 “이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공격적”이라고 우려했다. 과학자들은 루마니아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도 같은 종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에 따라 이날부터 터키산 가금류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루마니아산 가금류 수입은 이미 6개월 동안 금지된 상태다. 터키와 루마니아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리와 닭, 칠면조를 살처분하고 있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야생조류를 대상으로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유럽 전문가들은 14일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다.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유럽연합 보건당국은 “긴급회의에서는 조류와 인간의 접촉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성을 환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조류학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철새에 의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난 여름부터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가 중국 서부와 러시아, 카자흐스탄으로 번지자 철새들의 이동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조류인플루엔자의 다음 표적은 서유럽보다는 아프리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동물보건국 사무엘 주치 박사는 “철새들이 겨울엔 남쪽으로 내려간다”며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다음 표적은 서유럽보다는 터키와 루마니아 인접국과 아프리카 나라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확보전=조류인플루엔자가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세계보건기구가 조류인플루엔자에 유효하다고 판정한 백신인 ‘타미플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현재 인구의 1%에 해당하는 분량을 비축하고 있으나, 이를 2000만명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영국과 프랑스, 핀란드 등도 인구의 20~40%에 해당하는 타미플루를 주문한 상태다.
2005년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현황
제조사인 스위스의 로슈는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알렉산더 클라우저 로슈 대변인은 올해와 내년에 타미플루의 생산량을 2003년보다 8배에서 10배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슈는 지난해에 타미플루 생산량을 2배로 늘렸다. 그러나 인도 최대의 제약회사인 시플라는 로슈의 특허에 개의치 않고 타미플루 제네릭(동일성분 약품)을 생산하겠다고 밝혀, 로슈와 갈등을 빚고 있다. 대만은 타미플루 생산을 위해 로슈의 승인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포는 금물=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인플루엔자의 확산이 인간 감염의 가능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곧바로 전염병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 동물보건국은 “H5N1형 바이러스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조류에서 사람으로 전염된다”며 “조류인플루엔자 경고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킬 순 있지만, 사람에서 사람으로 쉽게 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는 이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강하므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지역을 여행할 때 가금류 시장이나 농장에 접근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특히 죽은 철새나 야생 조류의 배설물을 피하라고 주문했다. 지금까지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람들은 대부분 가금류 농장 등지에서 조류와 접촉한 사람들이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