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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대형병원의 ‘황금알’…8조 건강검진 시장

등록 2015-11-15 21:19수정 2015-11-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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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리포트] 상품을 파는 건강검진
“개인적으로 받으면 60만~70만원 정도 듭니다. 하지만 단체검진은 한꺼번에 수백명이 받으니까 할인폭이 크죠. 요즘 700명 규모의 한 업체 임직원들이 검진을 받고 있는데, 단가는 1인당 45만원가량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대형병원의 건강검진센터는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기업 차원에서 하는 단체 건강검진이 몰리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서울 한 대형병원의 건강검진센터 관계자는 “보통 봄부터 9월까지는 개인 단위 고객들이 검진을 많이 한다. 올해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영향으로 6월부터 9월까지 검진 고객 수가 예년보다 30% 이상 크게 줄었었다. 10월부터 직장인 단체검진이 시작돼 요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불안 커진데다
병원 무분별 수익추구 맞물려

건강검진 뒤 추가 검사 비용만
4조6000억~14조6000억 추산
건강보험 암 치료 지출액이나
심장·뇌혈관 질환 지출액보다 많아

서울대병원·삼성서울 등 빅5 검진센터
값비싼 검진상품 ‘명품 마케팅’ 방불

단체검진은 통상 봄부터 병원과 기업 인사팀이 검진 항목과 가격을 두고 협상을 해 계약을 맺는다. 개인 단위 검진보다 많게는 30%까지 할인이 된다. 서울 한 대학병원 검진센터 영업 담당자는 “검진 상품의 가격과 검진 항목은 해당 직장의 근로 환경 등에 맞춰 조금씩 달라진다. 검사 항목이 많을수록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회사 쪽에서는 되도록 많은 검사를 넣어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국내 건강검진 시장이 공룡처럼 커지고 있다.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불안, 병원들의 무분별한 수익 추구가 맞물려 한해 수조원대의 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국가에서 해주는 국가 건강검진부터 회사에서 해주는 단체 건강검진, 개인 스스로 하는 개인 건강검진까지 다양한 건강검진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검진이 많아 개인적·국가적으로 의료비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건강검진은 어떻게 ‘산업’이 되었나’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한해 건강검진 관련 의료비용으로 최소 8조원에서 최대 18조5천억원을 쓰는 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국가 건강검진 사업(건강보험공단,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국민에게 해주는 각종 검진) 1조924억원, 개인 건강검진 1조1387억원, 단체 건강검진 1조391억~1조6814억원, 건강검진 후 이상 소견을 받고 추가로 검사·검진을 해서 생기는 ‘건강검진 유발 의료비용’ 4조6천억~14조6천억원으로 추정했다. 한해 건강보험 지출액 가운데 암 치료에 4조4천억원, 심장·뇌혈관질환 등에 쓰이는 비용이 4조5천억원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이런 규모는 매우 큰 편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전국의 검진기관도 2010년 1만5346곳, 2011년 1만6441곳, 2012년 1만7302곳, 2013년 1만8243곳, 2014년 1만9151곳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검진센터의 경우 고객이 2010년 약 6만4천명에서 지난해 9만3천명으로 4년 사이 45%가 늘었다. 이른바 ‘빅5(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병원’의 검진센터에서는 한해 4만~7만명가량이 검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들한테 건강검진 상품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펴낸 병원경영현황 보고서를 보면, 2013년 기준 병원들의 기타 의료수익 가운데 검진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68.7%에 이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종합병원급 이상 규모의 281개 병원 가운데 33곳을 표본조사한 결과를 보면 800병상 이상 병원은 2013년 기준 국가 건강검진으로 39억7천만원, 민간 건강검진(단체·개인)으로 38억3천만원의 평균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건강검진센터에서 직장인이 체지방분석기를 이용해 체지방량을 측정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의 한 건강검진센터에서 직장인이 체지방분석기를 이용해 체지방량을 측정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특히 대형병원일수록 건강검진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은 100병상당 검진 수익이 2011년 2억7007만원에서 2013년 12억4010만원으로 네 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종합병원(300병상 이상 병원)은 1억8907만원에서 5억7223만원으로, 전체 병원은 2억2601만원에서 5억4017만원으로 늘었다. 병원 규모가 클수록 검진 수익이 많아진 셈이다. 이는 병원 규모가 클수록 값비싼 검사 기계를 많이 보유하면서 값비싼 검진상품을 많이 팔고, 소비자들도 이를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 대학병원이라도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 공공병원인 만큼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검진센터 등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어린이병원 등의 적자 등을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현상은 이미 1960년대 초반부터 나타났다. 하지만 증가 추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후반이었다. 이는 국가 건강검진 체계가 구축되는 것과 맞물린다. 2005년부터 국민건강검진제도 개선사업이 실시돼 정부가 2007년 만 40살·66살 생애전환기 검진사업과 영유아 검진을 도입하면서, 민간병원이 공급하는 건강검진 서비스 시장도 커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검진사업을 확대하자 민간병원들이 여기에 값비싼 검사를 추가해 ‘상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국가 건강검진에는 2013년 기준 전체 대상자 1578만명의 72%에 해당되는 1138만명이 참여했다.

김창엽 시민건강증진연구소장(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정부는 어떤 검진 항목이 필요하냐에 대한 과학적인 논의 없이 제도라는 명목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강제하고 있고, 기업은 노동환경 개선은 도외시한 채 사원 복지라는 명목으로 종합건강검진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엄청나게 커진 검진시장은 첨단 검진장비에 대한 막연한 믿음을 불러와 앞으로 원격의료 등 의료를 산업화해 나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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