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부과체계 연내 개선 불발
새누리당·복지부 ‘총선 눈치보기’
새누리당·복지부 ‘총선 눈치보기’
35년 동안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이아무개(61)씨는 한달 300만원(한해 3600만원)의 공무원연금을 받지만,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인정돼 건강보험료(이하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현 건강보험 제도에서는 한해 4천만원 미만의 연금소득을 받으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반면, 자녀도 없고 아내와 이혼한 뒤 혼자 사는 최아무개(84)씨는 한달에 약 3만6천원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최씨는 소득도 없이 노인복지회 등에서 제공하는 무료급식 등으로 살고 있지만, 본인 명의로 돼 있는 폐허가 된 상가건물(1167만원)과 부모 산소가 있는 토지(1924만원)에 건보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최씨는 결국 지난해부터 11개월 동안 약 40만원의 건보료를 체납하고 있다.
이렇게 소득이 많아도 피부양자로 인정돼 건보료를 내지 않거나, 소득이 거의 없지만 전월셋집이나 자동차에 건보료가 부과되는 등 불합리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고쳐야 한다는 비판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하고 올해 안에 개선안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결국 연내 발표는 힘들다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내년 총선을 앞둔 ‘눈치보기’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말을 종합하면, 복지부는 지난 2월 새누리당과 당정협의체를 꾸려 만든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 발표를 올해 안에 하지 않고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점들이 있다”며, 올해 안 발표 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2013년 7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꾸려 1년6개월 동안 부과체계 개편을 논의했다. 정부는 기획단에서 만들어진 개선안을 지난 1월29일 발표하기로 했지만, 발표 하루 전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올해 안에는 추진하지 않겠다”며 발표를 무산시킨 바 있다. 당시 기획단은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를 부과해, 소득은 없고 전월셋집이나 자동차만 있는 지역가입자는 건보료를 낮추고, 소득이 많은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의 건보료를 올리는 안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문 전 장관의 말 뒤집기에 강한 반발 여론이 일자 당정은 지난 2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당정협의체’를 꾸려 재추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끝내 개편안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부과체계 개선안을 시행하면 건보료를 더 내는 사람들의 수는 적지만 인상폭이 커 반발이 심할 거다. 결국 여당과 정부가 총선 등에서 부과체계 개선안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어 “올해 안에 발표하겠다는 부과체계 개선안이 지금도 감감무소식인 것은 결국 시간을 벌기 위한 기만적 술수였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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