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연구진, 낙태아 뇌 부검 결과 발표
브라질서 감염된 임신부 가족력·유전 결함 없어
브라질서 감염된 임신부 가족력·유전 결함 없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카 바이러스가 신생아 소두증의 원인임을 의학적으로 강하게 뒷받침하는 임상관찰 결과가 나왔다. 소두증은 뇌와 머리의 발육 상태가 정상에 못 미친 채 태어나는 선천성 기형으로, 실명·발달장애 등 심각한 뇌손상 합병증을 일으킨다.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대학의료센터 연구진은 10일 세계적 권위의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린 보고서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인공 유산한 태아의 뇌를 부검해보니 뇌손상이 심각했을 뿐 아니라 혈액 샘플에서보다 뇌 조직에서 훨씬 많은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하버드 공공보건대학원과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의료진도 이 보고에 붙인 논평에서 “이번 발견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과 소두증의 생물학적 연관성을 높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전까지 둘 사이의 연관성은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소두증 신생아도 늘었다는 통계적 추론 수준에 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몇달 전 브라질에 체류할 때 임신한 슬로베니아 여성이 임신 13주째 지카 바이러스 감염 증세를 보였으나 20주째까지도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의 상태는 정상이었다. 그러나 이 여성이 귀국한 뒤 임신 29주째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에 심각한 이상이 확인됐고, 임신 32주째에 위험을 무릅쓰고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선택했다. 유산된 태아는 소두증 외에 다른 기형은 없었으며, 이 여성에게 소두증을 유발할 유전적 결함이나 가족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태아의 혈액 샘플도 지카 바이러스에 양성반응을 보였으나, 유사 질병인 뎅기열이나 황열병 바이러스를 포함해 소두증의 원인이 될 만한 어떠한 다른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타차나 아비우판츠 교수는 <로이터> 통신에 “이번 발견은 태아의 선천성 결함이 임신중 지카 바이러스 감염과 연관이 있다는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결정적인 증명을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설령, 둘 사이의 인과관계가 분명하더라도 아직까지 백신이나 치료약은커녕 발병 메커니즘도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톰 프리덴 본부장도 10일 하원 청문회에서,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의 관련성 의혹을 증언했다. 최근 브라질에서 소두증이 확인돼 인공 유산된 태아 2명과 생후 하루 만에 숨진 다른 태아 2명의 뇌에서 모두 지카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이다. 프리덴 본부장도 “이는 지금까지의 추론 중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의 원인이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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