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건강 화제
폐결핵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오랜 기간 담배를 피우는 등과 같은 이유로 기관지가 좁아져 호흡곤란을 느끼며 가래, 만성 기침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폐기능이 절반 이상 떨어진 뒤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기 때문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박인원·정재우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팀은 최근 5년 동안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가운데 40살 이상 성인 1만4967명을 대상으로 과거 폐결핵에 걸렸는지 여부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29년 전에 결핵에 걸려 치료를 받은 822명 가운데 29.1%가 만성폐쇄성폐질환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폐결핵에 걸린 적이 없는 사람의 경우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린 비율은 12.3%로 나타났다. 즉, 과거에 폐결핵을 앓았다면 그러지 않은 경우에 견줘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위험이 2.3배 이상 높은 것이다.
또 연구팀은 폐기능 검사를 한 결과에서 과거 폐결핵을 앓은 사람이 그러지 않은 사람에 견줘 수치가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떨어져 있음도 확인했다. 아울러 과거에 폐결핵을 앓은 사람이 기침이나 호흡기 증상에 따른 일상생활의 제약을 더 많이 받고 있었고, 이 때문에 삶의 질 역시 더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폐결핵에 걸렸거나 걸린 사람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폐결핵의 진단 및 치료도 중요하나, 과거 폐결핵으로 치료를 받았다 하더라도 중장년층이 됐을 때 폐기능 감소 등 후유증이 발생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재우 교수는 “폐결핵력이 있는 경우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해 정기적으로 폐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폐쇄성폐질환 발생의 제일 중요한 위험요소가 흡연이기 때문에 결핵력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인 <플로스 원>최근호에 실렸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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