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뒤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밖에 발열호흡기진료소, 선별진료실을 별도로 지었다. 보호장구를 갖춘 의료진이 24시간 환자를 응급진료한다.
메르스 1년 (하) 이젠 안전한가
지카 바이러스 때 실제 가동
첫 감염환자 진료한 의원
두번째 방문에야 보건소 신고
“질병본부 조직만 늘렸다” 평가도
역학조사관 충원은 됐지만
의사인력 적고 계약직 많아 문제
늘린 격리병상 실제가동은 의문
우르르 간병문화·병원쏠림 여전
지카 바이러스 때 실제 가동
첫 감염환자 진료한 의원
두번째 방문에야 보건소 신고
“질병본부 조직만 늘렸다” 평가도
역학조사관 충원은 됐지만
의사인력 적고 계약직 많아 문제
늘린 격리병상 실제가동은 의문
우르르 간병문화·병원쏠림 여전
지난해 5~7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은 정부의 방역체계가 얼마나 미비한지, 국내 병원들이 감염병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또다른 감염병 유행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해 9월 정부는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이 개편 방안이 얼마나 실현됐는지 점검해본다.
■ 즉각대응팀 신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말 질병관리본부장을 실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고, 해외 유입 감염병에 대해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긴급상황실과 즉각대응팀을 만들었다. 즉각대응팀은 질본은 물론 민간 전문가까지 합류해 민관이 신속한 대응을 위해 협력하는 체계로, 감염병 의심 환자를 발견하면 초기 단계부터 지역 보건소 등과 함께 현장에서 활동하게 된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지난 3월 하순 발견됐을 때 이 대응팀이 신속하게 조사했고, 메르스 때와는 달리 환자가 방문한 병원 이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대응팀과 지역 보건소나 일선 의료기관의 협력체계가 미비해 감염병의 조기 발견과 대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첫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도 같은 의원을 두번째 방문했을 때 보건소에 신고됐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새로운 감염병은 감염 경로 등이 의학적으로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최신 정보를 파악하고 이에 맞게 대응 전략을 짜면서 일선 의료기관과도 잘 협조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체계 개편만으로는 질병관리본부장으로의 격상과 조직을 늘렸다는 평가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역학조사관 확충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메르스 유행 때도 평택성모병원에서 첫번째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범위를 좁게 잡는 바람에 이미 감염된 환자를 제대로 격리하지 못해 확산을 부추겼다. 초기 대응은 역학조사관이 맡는데, 정부는 이 역학조사관을 기존 정규직 2명을 포함해 34명에서 중앙과 지역을 합쳐 89명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현재 중앙의 경우 30명을 다 선발했고 지자체도 거의 다 정원을 채웠으며, 조사관 신분도 공중보건의에서 정식 계약직 공무원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조사관의 역량을 키울 준비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승식 인하대 의대 교수(사회의학교실)는 “역학조사관의 역할과 함께 앞으로 어떤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지 청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계약직이 많아 업무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병원감염 관리
정부는 감염병 환자를 격리해 치료할 수 있는 음압 격리병상을 기존 600여개에서 2020년까지 1430여개로 늘리기로 했다. 국가 지정 격리병상도 메르스 유행 때 70여개에서 2배 이상 많은 약 190개로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감염병원으로 정하고, 3~5개의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병원의 감염 관리와 관련해 건강보험에서 보상을 하고, 감염관리실을 설치하거나 전담 간호사도 두게 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격리병상 확충이나 감염관리료 신설 등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감염 관리에는 보호복 등 일회용품 사용이 많고 격리 음압병실 운영에 한해 수억원이 들어가며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의 교육과 훈련에도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전쟁이 난 뒤 국방비를 쓰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 쓰는 것처럼 국가가 감염 예방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환자 병문안·간병 문화
지난 16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 정형외과 병동에는 한 입원환자의 지인 7명이 한꺼번에 병문안을 왔다. 환자가 입원한 4인실은 이들 방문객으로 꽉 찼다. 이 병동의 유아무개 간호사는 “메르스 유행 뒤 병문안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잠시 이어지더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은 병문안에 대해 제한이 됐지만 많은 병원에서는 여전히 자유롭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문안 시간을 한 차례로 정해놓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병문안을 막을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메르스 유행 때 전체 환자의 38%인 71명이 환자의 가족이나 간병인을 비롯한 방문객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병인을 줄이기 위해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상급종합병원으로도 확대하고 있으며, 병문안 자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은 2013년 13곳, 2014년 28곳에서 지난 11일 기준 161곳으로 늘었다. 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400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 환자 쏠림 현상
메르스 확산에는 응급실을 비롯해 대형병원에 환자들이 쏠려 매우 혼잡했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1년간 병·의원 방문 횟수가 14.6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평균 6.6회)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입원 일수도 16.1일로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인 8.4일보다 2배가량 많다. 주요 상급종합병원에는 입원을 하기 위한 전 단계로 응급실이 활용되면서 환자가 몰리고 있다. 복지부는 개편 방안에서 대형병원, 특히 응급실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병원 간 진료협력 활성화 및 정보 교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정부도 동의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실 개편이나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워낙 오래된 현상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환자들이 믿을 수 있는 의사가 없어 병원을 전전하고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의료 쇼핑’이 일어나고 있다.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환자들의 건강 관리를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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