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병원 채혈실에서 내원자의 혈액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서울 다나의원과 올해 초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주사기 재사용 및 부실관리로 C형간염 집단감염이 발생한 데 이어, 동작구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에서도 같은 이유로 의심되는 감염 사태가 터져,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물증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주사제 혼합액을 여러 환자에게 돌려쓰는 방식으로 집단감염이 이루어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 이번엔 주사제 돌려쓰기? 질병관리본부는 25일부터 2011~2012년에 서울현대의원을 방문한 내원자 1만1306명을 대상으로 C형간염 검사를 벌일 계획이다. 2012~2013년 내원자의 항체양성률(C형간염에 감염됐거나 과거에 감염된 사람의 비율)이 평균치보다 10배 이상 높게 나타났기 때문에, 직전 연도 내원자를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C형간염은 일상생활에서 전파 가능성이 희박하고 주사기 공동사용이나 수혈, 혈액투석 등 혈액을 통해 옮겨진다. 전문가들은 서울현대의원의 경우처럼,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경우엔 수혈보다 주사기 공동사용을 의심하는 편이다. 실제로 서울현대의원에 대한 역학조사가 시작된 것도 지난 2월 주사기 재사용 의심 신고가 보건복지부에 접수된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감염경로를 입증할 물증 확보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해당 의원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시술을 해놓고 적용이 되는 질환으로 부당청구한 사례가 많아,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정확히 어떤 시술을 받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탓이다.
정기석 질본 본부장은 23일 브리핑에서 “물증이 없으면 주사기 재사용을 했다고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물품구매 대장을 보는 등 어떤 식으로든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주사기 재사용이 아니라도 주사제를 만들어놓고 일회용 주사기를 계속 넣었다 빼는 식으로 하다가 감염시켰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질본의 조은희 감염병관리과장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월 현장조사를 나갔을 때 주사제 혼합액을 만들어놓고 여러 환자에게 나눠 쓴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도 주사기 재사용은 아니지만 국소마취제를 여러 환자가 나눠 쓰는 등의 과정에서 감염이 이루어진 바 있다.
■ 당국 발표, 왜 늦어졌나? 보건당국은 지난 2월 첫 의심 신고를 받은 이후 6개월이 지난 22일에야 집단감염 발생을 외부에 공개했다. 질본이 역학조사 의뢰를 받은 시점도 지난 3월이었다. 일부에서 늑장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정기석 본부장은 “더 이상 해당 의원에서 잘못된 시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보다 철저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서 외부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원주에서 벌어졌던 해당 의원 원장의 자살사건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취지로 읽힌다. 질본은 역학조사 의뢰를 받은 이후, 과거 10년치 내원자의 C형간염 검사 여부 및 결과를 조회하고 항체양성률을 분석하는 작업을 6월에 마쳤다. 이후 분석 결과에 따라 2011~2012년 내원자를 조사하기 전에, 이들이 어떤 시술을 받았는지 등을 추가로 검토하느라 발표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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