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뒤 전원 거부당해 숨진 두살 아이 사건
응급위원회, 전남대 전북대에 중징계 내려
“전원조정센터 확대, 전원 지침 마련 필요”
응급위원회, 전남대 전북대에 중징계 내려
“전원조정센터 확대, 전원 지침 마련 필요”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두살 아이의 치료를 미루다 결국 이 아이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해당 병원들에게 중징계가 내려졌다. 전북 전주에서 지난달 30일 대형 견인차에 친 교통사고를 당한 이 아이는 14곳의 병원에서 “수술할 의사가 없다”거나 “다른 수술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절당하다 경기도에 있는 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던 중 사망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중앙응급의료위원회(이하 응급위원회)를 열어 ‘중증외상 소아환자 사망사건’의 조사 결과를 논의한 결과 이 아이가 처음 이송된 전북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중증외상 환자를 24시간 치료해야 하는데도 이 환자를 받지 않은 전남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 지정이 취소됐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24시간 응급의학전문의가 상주하고 응급중환자실이 있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중증응급환자가 여러 병원을 떠돌지 않도록 응급진료를 담당하고 있으며,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나 추락 등과 같은 사고로 중증외상을 입은 환자를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을 할 수 있도록 전용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춘 전문치료센터이다.
복지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30일 오후 6시께 교통사고를 당해 아이는 골반뼈가 골절되고 내부 장기에 손상을 입은 상태로 전북대병원에 처음 도착했다. 그러나 전북대병원은 응급실에서 정형외과 전문의를 호출하지 않았고 영상검사를 담당하는 의료진과도 협진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부상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또 유방절제 등 다른 환자를 수술하고 있었다는 병원의 해명도 그 수술들이 시급한 수술이 아니어서 부적절한 것으로 응급위원회는 판단했다. 이에 응급위원회는 전북대병원에 대해 과태료 200만원, 과징금 300만원을 부과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했다.
전남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골반뼈 골절 등 아이의 상태가 전달됐는데도 중증 외상환자로 판단하지 않고 환자를 받는 것을 거부했다. 역시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돼 있으나 환자를 받는 것을 거부한 을지대병원은 당시 전북대병원에서 이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예정된 응급수술이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권역외상센터’ 지정 취소 여부는 6개월 뒤에 논의하기로 했다. 지정 취소를 받은 두 병원은 6개월 뒤에 재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이 취소된 기간 동안 운영비 등이 지원되지 않는다. 만약 해당 응급의료센터에서 징계 기간 동안 응급환자 진료 등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6개월 뒤에 재지정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징계에 대해 한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고 하나 병원 입장에서는 권역응급 또는 외상센터를 운영해도 그다지 수익이 되지 않기에 지정취소같은 징계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학과 교수도 “혹시라도 6개월 뒤에 지정이 완전 취소되면 병원에 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 등 의료자원이 떠나가게 되는데, 이 때에는 지역주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징계가 해결책은 아닐 수 있으나 응급수술이 아닌 다른 수술을 하면서 중증응급환자를 받지 않는 등 응급 진료의 문화와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징계는 필요하다”며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는 것(옮겨지는 것)을 각 병원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전원조정센터에서 맡고, 전원을 할 수 있는 환자 상황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개선도 필수”라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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