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견줘 스트레스, 우울감, 자살 충동을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청소년의 정신건강 현황과 건강행태와의 관련성> 보고서를 보면, 경제적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15년 전국 중·고등학교 학생 6만8043명이 참여한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를 바탕으로 청소년의 정신건강 상태를 분석했는데, 평상시에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전체 응답자의 35.4%로 집계됐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비율은 가정의 경제적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컸다. 가정의 소득 수준을 5개로 구분했을 때, 스트레스를 느끼는 비율은 소득이 ‘상’이라고 답한 집단에서는 30.4%로 가장 낮았다. 소득수준이 낮다고 여길수록 해당 비율은 높아졌는데, ‘중상’은 31.9%, ‘중’은 34.2%, ‘중하’는 45%, ‘하’는 55.8%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우울감과 자살 충동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전체의 23.6%였다. 하지만 가구 소득이 중간 이상인 경우에는 우울감 경험률이 22~23%로 비슷했지만, ‘중하’나 ‘하’에서는 각각 29.1%, 41.4%로 크게 높았다. 또 최근 12개월 동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 있는 청소년은 11.7%였는데, 이 비율도 가정의 소득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최고 26.7%, 최저 10.2%로 차이가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흡연과 음주를 하는 청소년은 스트레스나 우울감 등을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0일 동안 흡연 또는 음주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견줘 스트레스를 느낄 위험이 흡연은 1.3배, 음주는 1.2배 높았다. 우울감을 느끼거나 자살생각을 할 위험은 흡연이나 음주를 하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견줘 모두 1.5배 높았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