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13개 학회 정부의 시행령 등에 비판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전공의 배제는 현실 모르는 잘못”
“임종기 환자에게 녹음기로 진술받는 것 자체도 비윤리적”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전공의 배제는 현실 모르는 잘못”
“임종기 환자에게 녹음기로 진술받는 것 자체도 비윤리적”
내년 2월부터 시행될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하위법령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이 환자·보호자와 의료진 사이에 불필요한 마찰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연명의료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장착하거나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과 같이 치료 목적이 아닌 생명 연장을 위한 시술을 하는 것으로 환자에게 고통만 가중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법안이 마련됐으며, 이 법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적용 대상이 되려면 담당의사와 관련 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회생 가능성이 없고, 사망이 임박한 상태’라는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환자가 평소 연명의료중단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배우자·직계비속·직계존속 2명 이상의 일치한 의견이 있어야만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25일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13개 학회가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대한 공동성명서를 보면, 정부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은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오히려 연명치료를 조장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연명의료 중단을 판단할 의료진으로 담당의사와 전문의 1명이라고 법안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시행령 및 규칙에서는 의사 자격이 있는 전공의는 담당의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환자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전공의가 담당의사 자격을 갖출 수 없다면 연명의료 결정을 할 수 있는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회들은 또 독거노인이나 가족이 있어도 연락이 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 사전 연명의료의향서가 없으면 가족 간 일치된 의견을 받을 수 없으므로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명의료계획서에 직접 서명을 하지 못할 정도로 위중한 환자의 경우 참관인이 입회한 상태에서 환자의 뜻을 녹취, 기록해 관리기관에 통보해야만 하는데 이 역시 비윤리적인 규제라고 학회들은 주장했다. 학회들은 공동성명서에서 “임종기 환자에게 곧 임종할 것 같으니 인공호흡기 등 추가조치를 원하는지 녹음기를 들이대고 진술을 받는 것 자체가 윤리적이지 않다”며 “이런 행위는 연명의료법의 애초 취지인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게 아니라 환자에게 새로운 의무를 지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