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35살 이상일 때 임신한 경우를 의학적으로 ‘고령 임신’으로 부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최근 결혼이나 출산 나이가 늦어지면서 고령 임신도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전체 임신부 가운데 고령 임신을 한 임신부 비율이 23.9%로 2011년 18%보다 5%포인트 넘게 많아졌다. 모든 고령 임신부에게 일률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고령 임신의 경우 태아의 기형이나 유산율이 높아진다. 또 임신 중에 임신성 고혈압이나 당뇨 등과 같은 임신부의 질환 발병 가능성도 커지며, 분만 중이나 뒤에 산모의 합병증 및 사망 가능성도 다소 높아진다. 하지만 고령 임신이 가져올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충분히 알고 대처하면 이런 질환 발병 위험은 낮추면서 안전한 출산을 할 수 있다고 관련 전문의들은 설명한다.
■ 최근 5년 동안 가파르게 증가 통계청의 ‘2015년 출생 통계’ 자료를 보면 고령 임신부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18%에서 2015년 23.9%로 가파르게 늘었다. 35살 이상 임신부에서 태어난 아이 수도 같은 기간 약 8만4800명에서 10만4500명으로 증가했다. 임신부의 평균 출산 나이도 같은 기간 31.4살에서 32.2살로 높아졌다. 이와 같이 최근에 고령 임신이 크게 늘어나는 데에는 사회경제적 원인이 주된 이유라는 것이 의학계의 설명이다. 과거에 견줘 교육 기간이 길어져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가 늦어졌고, 취업을 하는 여성이 많아짐에 따라 결혼이 늦어져 임신과 출산 나이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최근 이혼 및 재혼 등이 증가한 것도 고령 임신의 한 원인이라는 추정도 있다.
■ 조산 및 임신성 고혈압 가능성 높아져 고령 임신은 태아와 임신부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우선 고령 임신부의 경우 보통 임신부가 겪을 수 있는 임신성 고혈압·당뇨 등의 발병 위험이 더 높아진다. 출산 과정에서는 제왕절개분만을 할 가능성도 커지며, 태반이 조기에 떨어져 나가는 태반조기박리 등이 생길 위험이 있어 조기 출산도 많아진다. 태아의 경우에도 임신성 고혈압·당뇨 등이 심해져 임신 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태어나는 조산아가 될 위험이 높아지며, 다운증후군과 같은 태아 염색체 이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또 임신이 잘 되지 않아 인공임신시술을 받을 경우 쌍둥이 등 다태아 임신으로 조산아나 저체중출산아의 가능성도 다소 높아진다. 이밖에 고령 산모의 경우 유산 가능성이 일반 임신보다 높다. 하지만 초반기 유산은 태아의 기형 때문에 나타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두번 유산됐다고 해서 너무 불안해할 필요 없다. 오히려 이런 불안감이 산모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임신 관련 질환 대비한다면 건강한 출산 가능 고령 산모라 하더라도 제대로 관리하면 고령 임신의 합병증 발생 빈도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으며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신을 기피하거나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관련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우선 임신 전 임신부가 당뇨나 고혈압이 있다면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하며, 적어도 임신이 된 뒤 이런 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비만한 경우라면 몸무게를 정상 범위로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임신 전에 자궁이나 난소 등 생식기계에 대한 초음파 검사나 자궁경부암 검사는 하는 것이 좋다. 임신 뒤 자궁근종이나 난소의 혹이 발견되면 임신부 스스로도 불안해하며, 임신 중에는 난소의 혹이나 근종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어 담당 의사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임신 전에 수술 등을 통해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일반 임신부와 마찬가지로 임신 전부터 엽산제를 먹어 척추 기형 등과 같은 태아 기형을 예방할 수 있도록 챙기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당뇨가 있는 산모는 임신 전부터 더 챙겨야 한다. 또 일반 임신부와 마찬가지로 임신 중반기 이후에는 철분제를 먹어서 출산 중 혹은 출산 뒤 혹시 모를 출혈에 대비해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김의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호정규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