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행정체계 개편안
[뉴스뜯어보기] ‘식탁 안전’ 뒷전…밥그릇 싸움만
‘기생충알 김치’ 등 먹거리 파동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정부의 식품안전 대책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식품안전관리 업무 일원화를 둘러싼 부처 간 ‘밥그릇 다툼’ 때문이다. 복지·농림등 “우리 부서로 통합”
정부, 12월 1일까지 합의 미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18일 국회에서 확대 당정협의회를 열어 식품안전관리를 위한 행정체제 개편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은 “다음달 1일까지 정부가 일원화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여당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부처마다 ‘내가 옳소’=식품안전 행정체제 개편은 현재 8개 부처에 흩어져 있는 식품안전관리 업무를 일원화하는 게 뼈대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무려 5개의 방안을 내놓았다. 각 부처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안을 들이밀어 정부 안에서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탓이다. 부처 간 이견조정이 주요 업무인 국무조정실도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표> 참조 보건복지부는 “식품이 소비자 위주로 관리되기 위해선 생산 담당 부처와 소비 담당 부처가 분리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식품안전 관련 업무를 복지부 소속인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통합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농림부는 “식품 생산을 담당하는 부처가 안전관리까지 맡아야 한다”며 농림부 아래 식품안전청을 두자고 밀어붙였다. 농림부는 아예 부처 이름에 ‘식품’을 넣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해양수산부는 “급격한 행정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행 체제 유지론을 폈다.
이날 회의에서도 각 부처는 자신들의 주장을 고집한 채 물러서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열린우리당은 식품 위해성 평가 및 기준설정 기능을 식약청으로 통합하는 등 식약청을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거론한 바 있다. 일원화 추진 배경=식품안전관리 업무가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다보니, 웃지못할 일이 자주 벌어진다. 이를테면, 같은 식품회사에서 나온 제품이라도 고기 함량이 50%가 넘으면 축산물가공처리법의 적용을 받아 농림부가 관리하지만, 50%가 넘지 않으면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약청이 관리한다. 이 때문에 먹거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부처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였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만두 파동 이후 식품관리 업무 총괄·조정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뼈대로 한 식품안전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4월 총리실 아래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두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날 식품안전관리 행정체제 개편 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식품안전기본법안 심의를 유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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