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01 17:49
수정 : 2005.02.01 17:49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설 연휴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다. 모처럼 친척 및 친구들이 고향에 모여 즐겁게 보내야 할 설 명절에 종종 응급 환자가 생겨 문제가 될 때가 있다. 과거 명절 기간에 응급의료정보센터(전국 어디서나 국번 없이 1339)를 찾은 사례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대처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아이들의 경우에는 배가 아프거나 토하거나 설사하는 등 소화기 관련 증상들이 많다. 이런 증상이 잘 나타나는 이유는 오랜 시간 여러 교통 수단을 이용해 이동하다 보니 몸이 피로해진데다가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소화 기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은 일단 과식을 피하는 것이 첫째 예방법이다. 특히 어린 아이나 노인, 임산부들은 오랜 시간 이동을 한 뒤에는 충분히 쉰 다음에 음식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상이 생겼다면 음식은 먹지 말도록 하며 배를 따뜻하게 해 주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따뜻한 물을 병에 담아서 수건으로 감싼 뒤 배 위에 올려 따뜻하게 해 주면 통증을 어느 정도 줄어든다. 설사를 할 때면 탈수를 막기 위해 따뜻한 보리차 등을 조금씩 마시는 것은 괜찮으나 그 밖의 음식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먹여서는 안 된다. 대략 하루가 지나도 증상이 없어지지 않으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장운동개선제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두번째로 흔한 사례는 바로 운전하는 사람들의 증상이다. 운전 뒤 뒷목이 뻣뻣하고 머리와 어깨가 몹시 아파 움직이기 힘들다는 사람들도 많다. 추운 날씨 때문에 창문을 꼭 닫고 있어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운전하면, 근육이 긴장돼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을 피하려면 1~2시간 운전 뒤에는 차에서 내려 10분 이상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이 때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마사지 등도 도움이 된다. 다만 평소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의 운전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절을 보내는 주부들도 여러 증상을 겪는다. 차례를 지낸 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어지럽고 손발이 저려서 서 있기가 힘들다는 사례들도 많았다. 흔히 명절증후군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과로 및 스트레스, 오랜 시간의 긴장 등이 원인이다.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이 명절 준비를 같이 하고 나눔으로서 예방이 가능하며, 작업 중간에 잘 쉬도록 도와야 한다. 일단 증상이 생기면 너무 놀라지 않도록 안심시키고, 조용하고 따뜻한 곳에 누워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하면 많이 좋아진다. 이 때 따뜻한 음료를 마시면 도움이 되며,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오히려 자극이 돼 증상이 심해지기도 하므로 가장 가까운 가족 한두 사람만 있는 것이 좋다.
이밖에도 음주 뒤 싸움으로 다치거나 음식을 준비하다가 뜨거운 기름, 그릇 등에 화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 피가 많이 나는 외상은 깨끗한 천 등으로 눌러 지혈을 시키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며, 화상도 흐르는 찬물 등으로 열을 식힌 뒤 심한 경우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한편 연휴 기간에 응급 처치나 당직의료기관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1339를 눌러 정보센터에 문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서길준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suhgil@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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