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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꿩 대신 미꾸라지, 도랑탕 경로잔치

등록 2018-11-12 17:43수정 2018-11-12 20:50

먹기살기
음력 시월은 ‘으뜸의 달’이니 상달, 입동과 소설이 들어 있다. 시월의 세시풍속은 성주풀이와 추어탕이다. 성주제의 시작은 상량식에서 비롯된다. 우리 할아버지들은 하늘과 땅의 이치에 따라 집을 지을 때 그 집의 가장 높은 곳에 마룻대를 올리는 의식을 치렀다. 성주신은 그 집에서 살게 될 사람들의 복을 관장하는 신으로 우리 민족 고유의 민간신앙 대상이다. 집안에 깃든 모든 신의 대장격으로 가장과 운을 같이해 부정하거나 위험한 일이 생기면 집에서 나가는 것으로 믿었다.

복날에 계삼탕을 먹는 것처럼 입동에는 추어탕을 먹는다. 입동의 세시풍속은 치계미(雉鷄米)다. 원래는 사또에게 바치는 뇌물, 즉 촌지를 뜻하는 명사였다. 나중에는 마을사람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갹출한 꿩이나 닭으로 요리를 하고 햅쌀로 밥을 지어 노인들에게 대접하는 경로잔치를 지칭하는 말로 뜻이 바뀌었다. 그런데 살림이 어려워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다. 입동 무렵엔 추어라 부르는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바닥의 진흙 속에 숨는데, 이때 도랑을 치면 누렇게 살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어 추어탕을 도랑탕이라 불렀다. 그렇게 보양식인 추어탕으로 노인들을 대접하고 함께 나누어 먹었다.

미꾸라지는 한의서인 본초강목에 ‘맛은 달고 성미는 평하며, 비위를 따뜻하게 하여 기를 더한다. 술 깨는데 좋고 당뇨병 등으로 인한 소갈을 풀어준다. 또한 치질에 좋다’라고 했다. 추어탕은 지방마다 요리법이 다르다. 경상도식은 미꾸라지를 가마솥에 푹 삶아 으깨어 토란대, 우거지, 고사리, 숙주나물 등을 넣고 끓여 산초를 넣어 먹는다. 전라도식은 된장과 들깨가루 등이 들어가고 먹을 때 제피를 넣어 매운 맛을 낸다. 서울식은 사골국물에 두부, 버섯 등을 넣고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으로 넣어 추탕이라 부른다.

추어탕의 대표 향신료인 경상도의 산초와 전라도의 제피(초피)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피는 사라지고 산초만 남았다. 제피를 수입해가서 산쇼라 부르는 일본의 영향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스포츠인 씨름도 경상도의 왼씨름과 전라도의 오른씨름이 병존하다가 왼씨름으로 통합된 것처럼 산초로 통합되었다는 설도 있다. 우리는 정치가 모든 것에 우월하던 시대를 살아왔다.

김인곤(수람기문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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