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1 13:27
수정 : 2019.03.1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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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회원들이 2017년 5월 ‘치료재료는 심장병 어린이들의 생명입니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인공혈관 공급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인공혈관을 공급하는 고어사는 그해 9월 한국시장에서 철수했고, 지난 2월부터 국내 대형병원에서는 소아 심장병 환자들의 ‘폰탄수술’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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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심장병 환자 수술용 인공혈관 공급 중단 관련
2019년 보건복지부 업무계획 발표 때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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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회원들이 2017년 5월 ‘치료재료는 심장병 어린이들의 생명입니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인공혈관 공급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인공혈관을 공급하는 고어사는 그해 9월 한국시장에서 철수했고, 지난 2월부터 국내 대형병원에서는 소아 심장병 환자들의 ‘폰탄수술’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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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심장병 환자들의 수술에 꼭 필요한 인공혈관을 공급하는 ‘고어’(Gore)사처럼 희귀의약품과 치료재료를 독점 생산·공급하는 다국적 의료업체의 문제와 관련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5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이 문제를 정식 어젠다로 제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국적 의료업체와 정부 사이에 가격, 허가·심사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한 해법을 국제적으로 찾겠다는 뜻이다.
11일 보건복지부 2019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박능후 장관은 “다국적 제약사, 의료기기 업체들이 독점공급하는 제품에 대해서 여러가지 독과점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독점 제품의 경우엔 한 국가의 힘만으로 대처하기가 정말 어려워, 다른 정부와의 공동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 공조가 가능해지면 “업체에 대해서도 좀더 탄력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도 박 장관은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관계자들이 미국 고어사를 직접 찾아가 인공혈관 공급 재개를 요청하기로 한 것이 다국적 의료업체에 끌려다니는 태도 아니냐’고 기자가 묻자, 이에 대해 답변하면서 나온 이야기다.
박능후 장관은 “문제가 된 인공혈관의 경우에 한국에 공급되는 가격이 다른 나라에 견줘 지나치게 낮다는 게 고어사의 판단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더 광범위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5월 예정된 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정식 어젠다로 이 문제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있었던 ‘환자 안전 회의’에 참석해서도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을 만나 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했다”며 “5월에는 좀더 심도깊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5월 20~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도 박능후 장관은 보편적인 건강보장을 달성하려면 ‘의약품 접근성’이 중요하다면서 “일부 다국적 기업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무리한 가격 협상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 세계보건기구 차원에서 리더십을 갖고 공동 해결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고어사는 2017년 9월 한국 시장에서 의료사업부를 철수했고, 이로 인해 소아 심장병 환자들이 수술을 받을 때 꼭 필요한 인공혈관 국내 재고가 거의 바닥나 국내 대형병원에서 ‘폰탄수술’이 잇따라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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