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파문 확산] 사이언스 권위에 편승…진실 추적 외면
한쪽에서 흘러나온말 인용하는 데 급급
지난 2일 <문화방송> 피디수첩팀의 기자회견장에서 로이터통신 기자는 “국제 과학계에서 제로 크레더빌리티(신뢰도 0%)인 엠비시를 <사이언스>보다 더 믿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최승호 책임피디는 “사이언스가 하지 않은 검증을 했고 그 결과가 논문과 달라 2차 검증을 해보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황우석 논문 진위 여부를 다룬 과학 보도와 관련해, 한국 보수 언론들은 로이터 기자의 질문과 맥이 닿는 기사와 사설을 쏟아냈다. 보수 언론들은 황 교수 보도와 관련해 ‘성역깨기’를 통한 진실보도를 하지 못했다. 125년 역사의 사이언스 전통과 황 교수의 권위에 기대 사이언스와 황 교수의 말을 지면에 옮기는 데 바빴다.
<동아일보>는 11월30일치 5면 ‘황우석 연구팀, 사이언스-네이처 혹독한 검증 어떻게 통과했나’라는 기사에서 “사이언스는 과학자라면 평생 한 번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 꿈일 만큼 세계적으로 권위지”라고 치켜세운 뒤, “황 교수팀은 추출한 줄기세포가 ‘진짜’인지를 입증하는 과정을 혹독히 거쳤다”고 보도했다.
보수 언론들의 또 다른 문제는, “논문 진위는 후속 논문으로 검증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과학 기사의 에이비시인 검증과정을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다. 보수 언론들은 피디수첩팀의 줄기세포 디엔에이 검증결과에 대해, 시약을 잘못 썼다는 등 한쪽에서 흘러나온 말을 인용하는데 급급했다.
또 보수언론들은 피디수첩이 과학 연구 성과에 대한 성급하고 비전문적인 검증 시도를 했다며 비판했다. 일부에선 피디수첩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검증에 직접 나선 일은 언론으로서의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성’의 문제는 과학 분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금융 등 다른 전문적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지적이 아니라는 의견이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는 “보도 내용이 사회적 중요성이 크면 클수록 보도 가치는 커지며, 보도대상이 얼마나 전문적인 분야인가는 보도의 대상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교수는 “과학이 언론의 취재영역 밖에 있다는 주장은 있을 수 없다”며, “과학보도가 제보자에게 휘둘릴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전문성을 높이는 쪽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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