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대 수의대에서 줄기세포 연구 재검증을 위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뒤 연구팀과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수의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황 교수 원천기술 정말 있나
2005년 황우석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은 대부분이 조작으로 드러났지만,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에 대한 국민의 희망과 미련은 여전하다. 적어도 한두 개는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지 않으냐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황 교수의 주장 외에 실체적으로 기술을 증명할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단계마다 냉동보관 하는데 모두 훼손 이해안돼”
검증서 ‘수정란’ 드러날땐 황교수만의 주장 그쳐 원천기술, 객관적 실체 없는 황교수의 주장 뿐=황 교수는 16일 기자회견에서 “6개의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2005년 1월에, 그 뒤로도 6개, 3개를 각각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매일 아침 여러 연구원들과 배아줄기세포를 봤다는 말과 현미경 사진 등 간접 자료만 내놨다. 만들었던 모든 줄기세포가 곰팡이 때문에 오염돼 훼손됐다고 했다. 황 교수는 또 다른 줄기세포 6개, 3개는 어떤 영문인지 몰라도 대부분이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훼손된 뒤 남은 2개와 그 뒤 만든 6개 배아줄기세포로 논문까지 제출했지만, 그 세포가 지금은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황 교수가 애초부터 원천기술도 없으면서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황 교수팀이 줄기세포 원천기술을 가졌다는 것 자체도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황우석 논문 작성 흐름도
줄기세포 한두 개라도 만들 수 있나?=황 교수, 노 이사장, 김선종 연구원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2005년 논문은 줄기세포 2개로 만들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적어도 2개는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2, 3번 역시 11월 황 교수팀의 자체 검증에서 수정란 줄기세포로 판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는 누군가가 바꿔치기했다고 말하고 있다. 노 이사장은 황 교수의 이런 주장에 대해 “황 교수에게 받아서 미즈메디병원에 보관돼 있는 2005년 논문의 줄기세포 2, 3번을 조사해 보면 원천기술에 대한 검증도 끝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황 교수팀이 원천기술력을 증명하겠다고 하는 5개 줄기세포의 정체도 의심스럽다. 황 교수는 이 세포의 출처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마저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로 드러날 가능성에 대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15일 뒤 검증에서 양쪽 모두 수정란 배아줄기세포로 밝혀진다면 황 교수가 주장하는 원천기술은 ‘말로만의 증명’으로 남는 셈이다. 2005년 논문의 원천기술은 미즈메디병원 연구원 것?=황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체세포 복제는 서울대 연구팀이, 줄기세포 배양과 확립은 미즈메디병원 연구원이 했다”고 밝혔다. 2005년 논문의 원천기술인 복제 배아의 세포덩어리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배양하는 작업은 미즈메디 연구원이 담당한 것이다. 김 연구원은 17일(한국시각) 기자회견에서 “황 교수가 교수 등의 자리를 제시하면서 빨리 국내에 들어와서 배양 및 추출 작업을 할 것을 회유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 이사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황 교수의 원천기술은 난자 핵을 제거해 체세포 핵을 심는 ‘찌르기’ 기술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반포 배아 구멍이 원천기술 증명?=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줄기세포 직전 단계인 배반포 배아를 9개 더 만들었다”며 그 증거로 배반포기 상태의 배아의 겉 표면에 가늘게 뚫린 틈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복제할 때 난자 표면에 구멍을 뚫고 핵을 빼낼 때 생긴 흔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생명과학자는 “배아의 투명대에 구멍이 있다는 것은 체세포 핵치환 때도 생기지만, 정자로 체외 인공수정을 시킬 때도 생긴다”며 배아 표면 구멍이 체세포 복제 기술의 보유를 뒷받침해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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