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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브릭(BRIC), 한국 과학계 희망을 살렸다!

등록 2005-12-19 19:43수정 2005-12-19 23:00

‘황우석 진실찾기’의 진원지가 된 ‘브릭’의 남홍길 교수(오른쪽 두번째)와 정동수 부소장(〃 끝), 이강수 게시판 운영 책임자(맨 뒤쪽) 등이 연구원들과 활짝 웃고 있다.
‘황우석 진실찾기’의 진원지가 된 ‘브릭’의 남홍길 교수(오른쪽 두번째)와 정동수 부소장(〃 끝), 이강수 게시판 운영 책임자(맨 뒤쪽) 등이 연구원들과 활짝 웃고 있다.
비방·추측성 글 삭제 등 밤새 뜬눈 게시판 관리
인터넷과 과학 결합 자정능력 보여줘 자부심
포항공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postech.ac.kr)는 지난 10여일 황우석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 진실 찾기의 진원지이자 한국 과학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학계와 권위자들이 여론의 동향을 보며 몸을 사리고 있던 때 젊은 생명 과학자들이 브릭 게시판 ‘소리마당’을 중심으로 사진 조작 등 여러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소리마당은 브릭 사이트의 직업 소개란인 ‘바이오잡’의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보잘것 없는 게시판에 불과하다. 진실의 다윗이 거짓의 골리앗을 넘어뜨렸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19일 브릭의 젊은 과학자들을 만나기 위해 포스텍(포항공대)을 찾았다. 눈빛이 초롱초롱한 연구원들은 “토론 마당만 제공했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과학적 진실에 대한 믿음만은 강했다.

게시판 운영자인 이강수(33) 연구원은 “과학은 사실을 가지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일단 논문이 발표되면 과학자들뿐 아니라 모든 일반인에게 답변할 의무가 있는데 (황 교수가) 비과학적인 해결책을 찾는 듯한 태도가 보이자 젊은 과학자들이 자극을 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브릭 회원들은 대부분 생명과학 분야의 석·박사나 포스닥, 교수, 연구원, 관련 산업체 종사자들이다. 이번 진실 찾기의 출발점이 된 황 교수의 논문 사진 조작 및 중복 의혹 글(5일)은 누가 올렸는지 모르지만, 6일 밤의 디엔에이 지문 데이터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방대의 박사과정 연구자’라고 밝힌 회원이 올렸다.

이 두 글로 조용하던 브릭 게시판에 ‘불’이 붙었다. 평소 하루 500여명이던 방문자가 5만여명으로 늘어 접속 장애가 일어나기도 했다. 15일 저녁 “줄기세포는 없다”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발언을 <한겨레> 인터넷판이 첫 보도 했을 때는 엘아이엔케이(link)라는 회원이 “이제 끝난 건가요”라는 글을 올렸고, 접속건수는 순식간에 5천회를 넘었다.

파문이 일면서 매국노라는 비난부터 당신들 때문에 주식값이 떨어졌다는 식의 항의도 쏟아졌다. 게다가 하필 중요한 글은 새벽에 올라와 게시판을 지키는 연구원들은 밤을 꼬박 새기가 일쑤였다. 과기부에서 예산을 지원받는 연구센터로서 나중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11명의 연구원들은 인터넷이 추구하는 만인 앞의 평등과 자유로운 토론으로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게시판을 24시간 지켰다.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글이나 비방, 추측성·정치적 글 등을 삭제했다.

브릭 고문인 남홍길 교수(포항공대 시스템생명과학부 학부장)는 “황 교수 사태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젊은 과학자들의 과학에 대한 성실성과 정직성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소득”이라며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우리 과학계의 자정능력을 인정해 준 것도 위안”이라고 평가했다. 부소장인 정동수 박사는 “황 교수 외에도 한국의 생명과학 수준은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이 매년 15% 이상 늘어날 정도로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현재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거나 4대 보험도 들지 못하는 일용직 신분인 과학 연구자들에게 따뜻한 관심이 모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브릭은 국내 생물학자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연구정보 등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1996년 1월에 설립됐으며, 국내 최고 바이오 관련 연구정보 제공센터로 평가받고 있다.

포항/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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