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2 11:14
수정 : 2019.10.02 20:42
남인순 민주당 의원실, 경찰청과 복지부 자료 분석
최근 5년 동안 의사 611명이 성폭력 범죄로 검거
성 범죄로 인한 자격정지는 4명으로 0.7%만 해당
“일반 형사범죄도 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해야”
강간, 강제추행, 불법 사진촬영 등 성 범죄로 검거되는 의사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의사면허가 정지된 경우는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면허 제도에 대한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남인순(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최근 5년 동안 의사 성 범죄 검거현황’을 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의사 611명이 성 범죄로 검거됐다. 이 자료에서 의사는 한의사·치과의사도 포함된다. 유형별로는 ‘강간·강제추행’으로 검거된 의사가 539명(88.2%)으로 가장 많았고,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 57명(9.3%),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14명(2.3%) 등의 순이었다. 연도별로는 2014년 83명에서 지난해 163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성 범죄로 인해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보건복지부가 남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 동안 성범죄 자격정지 현황’을 보면, 2014년~2019년 6월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자격정지를 당한 의사는 총 74명이었으나 이 가운데 성 범죄가 사유인 경우는 4명에 불과했다. 처분도 자격정지 1개월이었다. 최근 5년 동안 성 범죄로 검거된 의사 수인 611명에 견줘보면 자격정지 비율은 0.7%에 불과한 셈이다.
이는 현재 의료법에서는 성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면허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했을 때 자격정지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해 8월 행정처분 규칙을 개정해 성 범죄의 경우 자격정지 기간이 1개월에서 12개월로 늘었지만, 강간·강제추행·준강간·업무상 위력간음·미성년자 간음 추행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불법촬영(몰래카메라 촬영) 등 다른 유형의 성범죄는 여전히 1개월 자격정지에 그친다. 또 ‘진료 중’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어 그 밖의 성 범죄에 대해서는 사실상 면허 정지 처분은 극히 드물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일본은 벌금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형의 경중에 따라 의사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되고, 독일은 의사가 형사피고인이 되는 경우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면허를 정지하고 있다.
남 의원은 “환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심각한 범죄행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의사도 진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현재 의료법이 변호사법,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 등 다른 전문자격 관련 법률과 달리 일반 형사범죄를 의료인의 결격사유나 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다른 사람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성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전문가의 역량 자체를 의심해야 하는 것 아닌지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 쪽은 의료법 개정 등보다 전문가인 의사단체가 자율적인 징계 등으로 자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다른 나라에서도 의사단체가 회원의 면허 정지 등 자율적인 징계를 하고 있다”며 “의학 분야는 전문적이라 법 등으로 규정하면 오히려 법적 논란만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박다해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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