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3 13:05
수정 : 2019.10.13 16:42
시티·엠아르아이 보유대수
오이시디 회원국 중 상위권
10년 이상 된 제품
시티 45%, 엠아르아이 31%
해상도 문제로 재촬영 비율 높아
“영상장비 관리 강화 필요”
시티(CT·컴퓨터단층촬영), 펫(PET·양전자단층촬영),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촬영)와 같은 고가의 검사장비를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일 정도로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이 세 장비 가운데 제조연한이 10년 이상 지난 제품이 전체의 34.3%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고가 검사장비 3개 가운데 1개는 10년 이상 지난 제품이라는 얘기다. 노후된 장비 가운데에는 촬영 화면의 해상도가 낮아 다른 병원을 찾았을 때 재촬영할 가능성을 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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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고가의 검사장비 구비 현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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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남인순(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백만명 당 장비 대수는 시티 38.2대, 펫 3.9대, 엠아르아이 29.1대였다. 이는 오이시디 평균치인 27.3대(시티), 2대(펫), 16.8대(엠아르아이) 보다 최대 2배 가량 높은 수치다. 검사 장비별 제조연한을 살펴보면, 지난 7월 기준 시티의 경우 전체 2027대 가운데 1313대만 10년 미만이었고, 전체 장비의 45% 가량은 10년 이상된 제품이었다. 펫의 경우 전체 196대 가운데 절반인 98대가 10년 이상된 제품이었고, 엠아르아이는 전체 1612대 가운데 31%가 10년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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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기준 고가의 검사 장비별 제조 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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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연한이 오래 됐어도 환자를 대상으로 촬영한 영상의 해상도가 좋아 환자의 이상이나 질환을 잘 판정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일부에서는 그렇지 않아 다른 병원을 찾았을 때 다시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 의원실이 심평원에서 제출받은 ‘고가 검사장비 재촬영 현황’을 보면, 2017년 기준 같은 증상이나 질환으로 다른 병원을 다시 찾은 환자의 재촬영률은 시티 21.1%, 엠아르아이 9.8%, 펫 1.9%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시티와 엠아르아이의 경우 이전 해보다 각각 1.3%포인트, 0.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펫 검사는 이전 해와 같았다.
재촬영의 경우 다른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권하거나 환자가 원해 다시 촬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사가 판단하기에 이미 촬영한 영상 사진의 해상도가 낮을 경우 다시 촬영할 수밖에 없다. 재촬영을 하면서 환자들은 검사비를 추가로 내고 동시에 방사선 노출량이 크게 늘어나는 문제도 생긴다. 남 의원은 “최근 고대안산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소아청소년기에 (방사선 노출량이 매우 높은) 시티 검사를 한번이라도 받은 경우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암 발생이 1.5배 높아졌다”며 “방사선 노출은 적은 양이라도 피폭을 피하는 게 좋고 의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방사선을 이용한) 검사를 신중히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또 “고가 영상장비의 과잉 및 중복 투자는 불필요한 진료와 입원을 불러 일으키고, 방사선 피폭 등 국민건강을 위협한다”며 “결국 건강보험 재정 과다지출과 국민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아 적정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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