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에 마스크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보건용 마스크와 레벨D 방호복 등의 분배를 두고 갈등이 번지고 있다. 폭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병원 등에서도 의료자원 부족 사태가 속출하는 탓이다. 의료 현장과 건강 취약층 등 더 절실한 곳에 먼저 쓰일 수 있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용균재단 등 노동안전보건단체와 인권단체, 비정규직 노조 등은 6일 공동성명을 내어 “서울대병원은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간병 노동자들에게 마스크를 사서 쓰라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청이든 정부든, 코로나19의 확산 방지와 공공 서비스의 온전한 제공을 위해 돌봄 노동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간병인과 요양보호사처럼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이들이 마스크를 개인적으로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5일 마스크 하루 생산량의 10%인 100만장을 의료진에게 우선 배분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한 진료 관계 인원에만 해당된다. 같은 곳에서 일을 하더라도 용역 노동자나 행정 인력에겐 마스크가 지급되지 않는다. 의료계 4개 협회(병원·의사·치과의사·한의사협회)가, 조달청이 확보한 공적 물량 1일 100만장을 일선 의료기관에 배포하기로 했지만, 의료 현장의 ‘급한 불’을 모두 끄기엔 역부족인 이유다.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등 건강 취약층도 마스크 공급 우선순위에서 빠져 있다. ‘매주 1인당 2장’으로 제한한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이들도 약국이나 농협하나로마트 등을 전전해야 한다. 이훈재 인하대 교수(사회의학)는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들에게 마스크는 생명띠나 마찬가지인데, 단지 ‘형평’을 이유로 건강한 사람들과 똑같이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마스크는 필요한 분이 우선적으로 쓸 수 있게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며 “마스크가 손 위생을 대체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예방수칙은 손 씻기”라고 강조했다.
의료진 보호구인 레벨D 방호복도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의료진에게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공급 부족 사태가 올 수 있고, 검체 채취 때마다 일일이 갈아입는 것도 과잉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당국은 지난달 27일,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에게 레벨D 방호복 대신 장갑·보안경·호흡기 보호구 등이 포함된 ‘가운 세트’ 착용을 권장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의료진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조처라는 논란이 일자 보건당국은 “(의료진을) 합리적인 근거로 설득해서 오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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