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11층 콜센터 직원 216명 가운데 9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해당 층에서만 발병률이 43.5%에 달했다. 방역당국은 업무 특성상 밀폐되고 밀접한 환경에서 비말(침방울)에 의한 바이러스가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전파된 결과라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다른 층에선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아, 공조(환기) 설비를 통한 층간 확산이나 짧은 시간 만남을 통한 전파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판단했다. 가족 간 2차 전파가 유독 많았다는 점도 이번 집단감염의 큰 특징이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그동안 서울·인천·경기도와 공동으로 진행한 코리아빌딩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바이러스 노출 추정 기간인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8일까지 빌딩에 근무, 거주하거나 방문한 1143명 가운데 97명의 빌딩 근무자가 확진됐고, 이들과 접촉한 가족(34명), 지인(5명), 경기 부천 생명수교회 교인(22명) 등 61명의 2차 감염자가 나왔다. 생명수교회의 경우, 11층 확진자가 8일 예배에 참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빌딩 근무·거주·방문자 가운데 발병률은 8.5%에 그치는 반면, 첫 확진자가 나온 11층으로 한정해서 보면 전체 발병률의 6배가 넘는 43.5%였다. 빌딩 직원만으로 보면 11층에서 94명이 나왔고 10층과 9층은 각각 2명과 1명씩이었다. 이 빌딩에는 7~9층과 11층에 콜센터가 입주해 있는데, 7~8층에선 확진자가 한명도 안 나온 셈이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이날 “밀폐되고 밀접한, 그리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한번 바이러스에 노출될 경우 굉장히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또 빌딩 안 공조 설비를 통해 층간 확산했을 가능성이나 개인끼리 짧은 시간 만나서 전파됐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승강기나 로비 등을 함께 사용하더라도 짧은 시간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감염될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콜센터가 아닌 다른 기업 직원인 10층 확진자는 11층과는 별도로 감염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방대본은 이번 집단감염에서 가족 간 2차 전파가 유독 많았다고 밝혔다. 코리아빌딩 확진자 97명의 가족 226명 가운데 34명이 감염돼 발병률은 15%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국내 사례 30건을 분석해 나온 가족 간 2차 발병률 7.56%의 2배에 이른다. 다만 97명 가운데 무증상 확진자 8명의 가족 접촉자 16명은 한명도 감염되지 않았다.
정은경 본부장은 “대규모 집단감염이 지역사회 고위험 시설 등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재확인시켜 준 사례”라며 “고위험 집단에서 환자 조기 발견과 신속한 접촉자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밀폐되고 밀접한 접촉이 일어날 수 있는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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