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이 27일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기존 종합병원에서 코로나19 특화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서면서 치명률(감염자 가운데 사망자 비율)이 2%에 육박하고 있다. 사망자 발생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어, 신규 확진자 수 감소에도 사태가 빠른 시일 안에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200명이라고 밝혔다. 첫 사망자가 발생(2월20일)한 지 30일 만에(3월21일) 100번째 사망자가 나왔는데, 이때로부터 200번째까지는 1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망자 증가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치명률은 이날로 1.93%였다.
사망자 대부분은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로 파악된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전체 사망자 중에 오늘까지 단 한 분만 기저질환이 확인되지 않은 사례”라고 했다.
신규 확진자는 이날 53명 늘어, 증가세가 사흘 내리 50명 안팎으로 완화되는 추세다. 방역당국은 이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로 풀이했다. 하지만 사망자는 앞으로도 한동안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날 현재 위중 환자가 46명, 중증 환자가 34명으로 집계되는 등 상태가 심각한 환자가 80명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중증·위중 환자 수가 많다. 치명률이 2%를 넘어 3%에 이를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려 장기 입원하는 환자가 있다는 점도 방역당국으로선 부담이다. 대구시는 이날 “확진 이후 병의 지속 기간을 분석해보면 50% 이상이 30일 이상 입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대본은 대구·경북에서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31번째 환자를 비롯해 모두 4명이 현재까지 50일 이상 입원 중이라고 전했다.
치명률 증가에는 일찌감치 지적됐던 병상·의료진 부족과 지역별 불균형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 부본부장은 “다른 나라와 수평적 비교를 보면 한국 치명률이 그렇게 높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병상이나 중환자 진료, 일선 의료진 지원이 미흡하지 않았는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가격리자의 동거 가족이 고위험군이 많은 병원 등에 종사할 경우 업무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등 치명률을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약, 혈장 치료 방안 등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도 높게 유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중식 교수는 “고위험군이 코로나19에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이 사망자와 신규 환자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를 위해선 젊고 건강한 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아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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