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의료·건강

금연실패, 의지 탓만 말고 스트레스 줄일 환경부터

등록 2006-01-08 20:09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양중의건강과사회
의대 시절, 재미있으면서도 한숨이 절로 나오게 하는 말이 있었다. “시험 성적도 유전자에 이미 코딩돼있다”는 말이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최하위권의 성적을 받은 친구들이 자신의 능력을 한탄하면서 이 말을 뱉으면 농담인 줄 뻔히 알면서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연과 같은 건강 행동은 어떨까? 새해부터 금연을 시작했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맘때쯤이면 중도 탈락하게 된다. 금연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실패자들은 대부분 2주 안에 다시 담배를 들게 되고, 일년 안에 다시 피우게 될 확률은 60~90%라고 한다. 심지어 일년을 넘겼다고 하더라도 15% 이상이 다시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담배가 폐활량을 떨어뜨리고 폐암을 비롯해 수많은 암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실천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금연 성공이 꼭 개인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흡연을 통한 니코틴 흡입은 웬만한 마약을 정맥주사로 흡수하는 것보다 빠르다고 한다. 게다가 외국의 일부 담배 회사는 낮은 니코틴 함량 담배를 만들면서도 니코틴 흡수율을 높이는 방법까지 사용했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담배 소송에서 증언된 바를 보면, 담배회사가 저 타르, 저 니코틴 담배를 만들면서 담배 연기가 알칼리성을 갖게 해 니코틴의 흡수율을 높였다고 한다. 개인의 의지로만 담배회사와 니코틴 중독에 대항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스트레스 역시 금연의 큰 적이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심한 비정규직, 여성, 하위 직급은 흡연에 취약하게 노출된 계층이다. 금연할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이 의지를 북돋아 줘도 성공할까 말까한데, 스트레스를 주면 담배에 손이 가는 것은 막을 길이 없다.

이 때문에 니코틴 중독을 치료할 보건소 등의 금연클리닉, 담배 광고 규제 등 정책들이 중요하다. 비정규직이나 여성 등의 차별을 없애 직무 스트레스가 덜한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필수다.

<암 예방에 관한 하버드 보고서>를 보면 암으로 사망하는 세 사람 가운데 둘 정도는 흡연, 운동부족, 식이와 비만 등 고칠 수 있는 행동 요인들과 관계 있다고 한다. 개인적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난하거나 자신만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새해부터는 금연이나 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 가정 및 직장 환경 개선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양중/의료전문기자·의사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