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연장하지 않고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할지를 새달 3일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방역당국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은 환자’가 “상당수 있을 것”(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라고 경고하며, 황금연휴 기간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새달 3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중대본 회의에서 생활방역 전환 여부를 검토한 뒤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1일 밝혔다. 코로나19 환자 발생 추이가 국내 의료·방역 체계가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 되었고, 생활방역 준비가 순조롭게 되고 있다고 판단되면 방역 체계 전환이 선언될 전망이다.
정부는 각종 일터와 고위험군 집단 시설에서는 주요 생활방역 수칙이 ‘강제성’을 띄게 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몸이 아플 때 출근하지 않을 수 있게 하려면 개별 기업이나 근로자에게만 기댈 수 없고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해 후속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또 “고위험 시설에 대한 몇 가지 지침은 이행을 강제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전환이 불가피한 ‘상황 기준’을 두고도 논의 중이다. 김 1총괄조정관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국내외 동향을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생활방역 체계 전환 때 (사회적 거리두기 재전환) 기준도 같이 공개하고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 하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황금연휴 둘째 날인 1일 낮 기온이 크게 올라간 동해안 주요 해수욕장 해변에 수많은 행락객이 몰려 강원 속초해수욕장 해변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은 황금연휴를 맞아 경계가 느슨해지자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지켜달라는 호소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생활 방역 체계 전환 논의는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의 “범위와 수준을 어디까지 할 거냐란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일 뿐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 위생 수칙 2가지가 현재 우리가 코로나19에 대응할 유일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이날 방역당국이 “발견하지 못한 감염자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코로나19 특성상 증상이 약하거나 없어 감염 사실도 모르게 회복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젊은층이거나 기저 질환이 없는 환자는 자신도 모른 채 고령층 등 위험도가 높은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우려가 크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19는 두 얼굴을 가진 바이러스”라며 “건강한 청장년층에서는 대부분 회복되지만, 고령자·기저질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1일 0시 기준 누적 사망자는 248명으로 치명률은 2.3%이지만, 80대 이상의 치명률은 24.28%에 이른다.
방역당국은 ‘숨은 환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대구·경북 지역을 우선으로 인구 대비 항체 생성율(집단 면역도) 검사를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항체를 가진 인구 비중을 파악하면, 확진 절차를 밟지 않고 회복된 환자 규모를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민건강영양조사와 연계해 대구·경북을 넘어선 일반인구 대상 집단면역 조사도 기획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비자 만료 등으로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 약 39만명도 비용 부담과 강제 출국 걱정 없이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단속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이더라도 발열 등 증상이 생기면 가까운 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반재열 법무부 이민조사과장은 “진료 기록 수집도 하지 않을 것이므로, 진료 정보가 추후 단속에 활용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해부터 실시하는 국가 결핵 검진사업과 연계해 무자격 체류자와 노숙인, 쪽방 주민이 엑스레이(X-ray) 검사 등에서 코로나19가 의심되면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사각지대를 좁혀가겠다고 밝혔다. 생계급여,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수급가구 등 취약계층은 새달 4일부터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기존 ‘압류방지 통장’을 통해 현금으로 받게 된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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