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예정일을 이틀 앞둔 3일 정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3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6일부터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장기간 ‘멈춤’ 상태였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의 복원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직 일상생활과 감염병 대응을 조화롭게 적용하고 있는 나라가 없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생활방역 이후에도 코로나19 확산세를 안정적으로 잡아나갈 수 있을지 추이가 주목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3일 브리핑에서 “5월6일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고 생활방역체계, 즉 생활 속 거리두기 단계로 전환하기로 했다”며 “경제활동을 보장하되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방역을 책임지는 방역주체가 된다는 의미이며, 코로나19의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2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하는 점을 고려하면, 더 이상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멈춘 채로 사회를 유지할 수는 없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심각’ 단계인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는 황금연휴 기간이 끝난 뒤 신규 확진자 수 등을 보면서 ‘경계’ 단계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는 하루 10명 안팎으로 줄고 방역망 안에서 80% 이상이 발견됐으며, 4월15일 초유의 방역 선거 이후로도 환자 급증세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평가다.
정부는 기존의 거리두기가 한꺼번에 흐트러지지 않도록 공공시설 운영 재개와 고위험 시설에 대한 행정명령 등은 5월 말까지 단계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국립공원 등 실외 분산시설은 지난달 22일부터 문을 열고 있으며, 미술관·박물관 등 실내 분산시설도 6일부터 문을 연다. 이후 실외 밀집시설(스포츠 관람시설)과 실내 밀집시설(국공립극장·공연장·복지관 등)을 순차적으로 열기로 했다. 종교·체육·유흥 시설과 학원은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운영하되, 지방자치단체 재량으로 운영 금지가 아닌 ‘자제’를 뼈대로 한 행정명령이 실시된다.
정부는 개인·집단 방역을 위한 기본 수칙과 유형별 세부지침도 이날 확정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수칙 준수를 위한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초안보다 완화된 형태로 바뀌었다. 우선 발열 등 증상이 있거나 최근 14일 안에 국외를 방문한 경우 노동자는 ‘출근하지 않기’, 주요 시설 이용자는 ‘방문하지 않기’였던 것이 출근 자제, 방문 자제로 완화됐다. 또 물리적 거리두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시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일부 시설의 이용자 수칙에서 ‘2m(최소 1m) 이상 거리두기’가 ‘한 칸 띄어 예매·착석’(공연장·영화관·야구장·축구장·피시방) 혹은 ‘최대한 거리두기’(대중교통)로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국민 의견 수렴을 해보니 가장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지침이 ‘아플 때 3~4일 쉬기’였다고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아플 때 쉴 문화나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침방울이나 밀접한 접촉으로 인한 바이러스 전파 차단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신 집단방역 5대 핵심수칙 중 하나로 ‘방역 관리자는 공동체 안 5명 이상의 유증상자가 4~5일 내 발생 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고 추가 발생 시 보건소에 집단감염 가능성을 신고’하라고 제시했던 것은 “밀접 접촉이 일어나는 동일 부서, 학급, 장소 등에서 2~3명 이상 유증상자가 3~4일 내 발생 시 검사를 받게 하고 추가 발생 시 신고”로 강화됐다. 마스크 사용 원칙은 일부 수정됐다. 보건용·수술용이 없을 경우 면마스크 착용도 도움이 된다는 것과 오염 우려가 적은 곳에서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동일인에 한하여 재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새롭게 담겼다.
정부는 코로나19 위험도에 따라, 주기적으로 거리두기를 3단계(생활방역, 사회적 거리두기, 고강도 거리두기)로 조절하기로 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 50명 미만, 감염경로를 모르는 사례 5% 미만, 집단감염 규모, 방역망 내 관리 비율 80% 이상 유지 등의 지표가 기준으로 쓰인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전날보다 13명 늘었다.
최하얀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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