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한 대형상가 내 코인노래방이 폐쇄돼 있다. 방역당국은 이 코인노래방에 확진자가 다녀가 감염이 우려된다며 이용자들은 자발적으로 검체 검사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노래방과 헌팅포차, 감성주점 등을 포함한 9개 시설을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큰 고위험 시설로 분류하고, 시설별로 핵심 방역수칙을 마련해 관리하기로 했다. 인천 학원강사로 인한 5차 감염 추정 사례가 나오는 등 이태원 클럽발 지역사회 전파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헌팅포차·감성주점, 유흥주점(클럽·룸살롱 등), 콜라텍,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대규모 콘서트장, 실내 집단운동시설(줌바·태보·스피닝 등 격렬한 운동) 등 9개 시설을 고위험시설로 구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간의 밀폐도와 이용자 간 밀집도, 비말 발생 가능성 등 6가지 위험도 지표를 기준으로 고위험-중위험-저위험 시설로 구분했다.
이런 시설들은 앞으로 핵심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 헌팅포차나 감성주점, 노래방 등에서는 출입자 명단을 작성해야 한다. 노래방의 경우, 영업 중간에 1시간 브레이크 타임을 갖고 실내 소독을 해야 하고, 손님이 사용한 방은 노래방 문을 닫고 30분 뒤 소독을 하고 나서 다른 손님을 받도록 했다. 이런 수칙을 위반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시설 사업주·이용자에게 3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거나 집합금지 조처가 내려질 수 있다.
중대본은 큐아르(QR) 코드를 활용해 이용자 명단을 확보하고 명단 보존 기간은 4주로 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고위험시설이어도 환기를 잘 하거나 입장객을 제한하는 등 노력을 한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중위험시설로 하향 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관계부처, 지자체,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이른 시일 안에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집계를 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누적 확진자는 215명에 달한다. 수도권의 노래방과 주점, 음식점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첫 5차 감염 추정 사례도 나왔다. 인천 학원강사→제자→인항고 3학년생→학생의 아버지에 이어, 아버지의 직장동료(경기 하남시)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경기도 부천 ’라온파티’ 뷔페에서 열린 돌잔치 관련 확진자는 이날 하루에만 6명이 추가되면서, 모두 9명으로 늘었다. 학원강사의 제자가 방문한 탑코인노래방에 들렀던 택시기사가 사진사로 일한 돌잔치다. 방역당국은 5월9일과 10일, 17일 택시기사가 일한 시각에 라온파티를 방문한 이들은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도록 당부했다.
코인노래방을 통한 감염이 계속됨에 따라 서울시는 모든 코인노래방에 대한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이날 내렸다. 서울 시내 569곳 코인노래방이 해당되며, 5580여곳의 일반노래방은 제외됐다. 인천시교육청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라 등교중지 조처가 내려졌던 인천 66개 고교 학생들이 25일부터 다시 등교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한편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들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G그룹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방역당국은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S, V, G그룹 3가지로 분류하는데, 이 가운데 S와 V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G는 유럽과 미국에서 주로 유행한다. 방대본은 국내 환자 142명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해보니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14명의 염기서열이 모두 G그룹에 속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G그룹이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달 경북 예천 집단감염때다. 방역당국은 “염기서열 분석은 역학조사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며, 그룹 간 바이러스 전파력 등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고 설명했다.
최하얀 이정하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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