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보건소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방역 작업을 하려고 들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사랑제일교회에서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시설 폐쇄를 결정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과 경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산발적으로 이어진 집단감염이 방역 역량을 넘어서는 대규모 유행으로 전개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유행은 특히 교회 관련 집단감염의 비중이 높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4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역사회 발생 85명, 국외 유입 18명이라고 밝혔다. 서울 31명, 경기 38명이며, 부산, 인천, 광주, 울산, 강원, 충남, 경북 등 전국 곳곳에서 1~5명씩 새로 확진됐다. 이날 밤 11시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긴급 보도자료를 내어, 0시~밤 10시까지 나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38명이며, 이 가운데 지역 감염이 128명이라고 밝혔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든 이후 확진자 통계는 오전에 방대본이 한 차례만 공개하고 있어, 중대본이 밤늦게 자료를 낸 건 이례적이다. 방대본 발표 이후 서울 최소 58명, 경기 최소 62명이 확진돼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두 지역 최대 규모에 이르는 등, 감염 규모가 심상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에선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 마을잔치 참석자 등 31명이 이후 더 확인되는 등 하루 발생이 100명에 육박했다.
이번 유행은 주로 서울·경기의 교회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14일 0시까지 최근 2주간 집단감염이 생긴 교회는 7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 용인시 우리제일교회로, 이날까지 최소 93명이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이 교회 성가대 25명이 예배 도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노래를 부른 것을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현재 예배에 참석한 400명과 가족 등의 전수조사를 하고 있어, 확진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서울시가 시설 폐쇄조처를 한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도 방역수칙을 어기고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탓에 코로나19가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누적 확진자는 최소 31명이지만, 검사 대상자만 1897명인데다 전광훈 담임목사가 신도들에게 15일 보수·기독교계 집회 참여를 독려한 탓에 추가 확산이 우려된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중도 1~14일 2주 평균 13.7%로, 그 전 2주(7월18~31일, 6.2%)보다 갑절 이상 증가했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이번 유행이 2~3월 신천지예수교발 유행, 5~6월 서울 이태원 클럽과 물류센터발 유행 때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본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추적 속도가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순식간에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조기에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15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할 것으로 보인다. 거리두기가 2단계로 강화되면 실내 50명, 실외 100명 이상 모임이 금지되고 스포츠 경기는 ‘무관중’으로 돌아간다. 유흥시설과 300명 이상 대형학원 등 고위험시설은 운영이 중단되며, 2학기 등교개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서울시는 광복절 연휴에 집회 신고를 한 24개 단체에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일부 보수단체와 민주노총 등 7곳은 집회를 강행한다. 서울시는 이들 집회 주최자와 참여자를 고발하고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최하얀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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