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3회 치매 극복의날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치매 극복의 날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가 치매 환자 간호 문제를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지정한 날이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전국 시·군·구 256곳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의 올해 1~5월 이용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2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치매안심센터는 시행 3년을 맞은 치매국가책임제의 핵심 사업인데, 코로나19가 더 장기화하더라도 이런 사업 공백을 최소화하고 중장기 요양·돌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 1~5월 치매안심센터를 20일 이상 이용한 이는 11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62명)에 견줘 61.9%나 줄었다. 복지부 치매정책과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위험 때문에 인지 강화 프로그램 등 대면으로 이뤄지는 집단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조기검진과 일대일 사례관리, 돌봄, 인지·신체 기능 강화 프로그램, 환자 가족 모임 등의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곳으로,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고 2017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치매국가책임제의 사업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지난 2월 운영이 전면 중단되는 등 상당 부분 사업이 위축됐다. 이후 찾아가는 진단 서비스, 비대면 동영상 프로그램 제공 등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정상 운영 재개를 기다리는 이들의 갑갑함은 크다. 경증 치매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ㄱ씨는 “치매안심센터의 프로그램을 우선 이용해보고 싶은데,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민간이 운영하는) 주간보호센터 이용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경증 환자들은 주간보호시설 등에서 중증 환자들과 갑자기 섞이면 우울감이 커지고 오히려 증상이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며 “경증 환자들에게 더욱 필요한 치매안심센터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공백 없이 기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방역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진단’에 치우친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치매안심센터의 상담 건수는 누적 383만건, 선별검사는 425만건에 이르는데, 사례 관리는 7만4천건에 그쳤다. 진단을 받는 노인은 많았지만 치료와 관련된 서비스로 이어진 이는 드물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석재은 교수는 “진단 후에 센터에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최대 6개월의 기한이 있는 등 맛보기 수준이고 제공하는 사례진단도 결국 장기요양제도 안내로 연결되는 거라 중장기 센터 이용자가 생기기 어려운 구조”라며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지역사회 돌봄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도 “치매 환자들이 대체로 함께 앓고 있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 치료를 센터가 연계하는 방안을 추가로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에는 치매 환자를 국가가 돌볼 공적 인프라를 전국에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며 “곧 발표될 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에 대비한 치매안심센터의 정보기술(IT) 활용 비대면 프로그램 확산, 충분한 거리두기가 가능한 야외 활동 연계, 치매관리사업 내실화 등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하얀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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