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 단체 회원들이 생계급여 현실화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 가구 가운데 약 19%가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층의 의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의료급여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황도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최신호에 실린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이런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기준 의료급여 비수급 빈곤층 가구 47만가구(73만명) 가운데 18.9%가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수급 가구(17.5%), 차상위 가구(중위소득 40~50%·17%) 치료포기 경험보다 높고, 일반 가구(4.6%)의 4배를 넘어선다.
조사에서 ‘의료비 지출이 부담된다’고 답한 가구 비중은 비수급 빈곤 가구가 50.6%, 차상위 가구는 53%로 절반을 넘어섰다. 일반 가구(26.6%)나 수급 가구(18.3%)보다 훨씬 많다. 의료급여 비수급 빈곤 가구란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지만, 가족이나 배우자가 부양 능력이 있다고 평가돼 수급권이 없는 가구를 뜻한다. 황 연구위원은 한국통계진흥원이 한 2018년 국민생활실태조사를 활용해 이런 치료 포기 경험을 분석했다.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제도 폐지 여부는 지난 8월 발표된 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년)을 앞두고 최대 쟁점 사안이었다. 정부는 2차 종합계획에서 생계급여는 2022년까지 단계적 폐지를 명시했지만, 의료급여는 폐지가 아닌 ‘개선’으로 가닥을 잡아 “광범위한 복지 사각지대를 남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황 연구위원은 “의료급여 비수급 빈곤층은 생계급여 비수급 빈곤층(기준 중위소득 30% 이하·34만명)보다 2배 이상 많고 1인당 평균 급여비도 가장 높다”며 “우선 의료급여 재정누수요인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등 효율적 재정관리 방안을 마련한 뒤 의료급여 수급자격 보장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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