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거리두면 식당·카페도 안전?…“에어컨 켜진 실내, 6.5m도 비말 감염”

전북대 의대 이주형 교수 연구팀, 전주 확진자 감염경로 추적 결과

에어컨, 게티이미지뱅크

실내에서 에어컨이 만든 공기 흐름을 타고 코로나19가 6.5m 거리에서도 ‘비말 전파’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식당, 카페 등에서 1∼2m 거리두기를 하도록 하는 현재 생활방역 수칙은 코로나19 감염 차단에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학회 발행 국제학술지(JKMS) 최신호에 게재된 전북대 의대 이주형 교수(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의 논문을 보면, 지난 6월17일 전북 전주시에서 확진된 ㄱ씨는 확진 닷새 전인 12일 방문한 지역 식당에서 6.5m 떨어진 ㄴ씨로부터 공기 중 비말 전파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조사 시스템을 활용해 ㄱ씨의 감염경로를 추정했다.

전주 식당 코로나19 감염 경로

연구팀은 우선 ㄱ씨가 같은달 16일 최초 증상을 보였으므로 2∼15일 사이에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했고, 이 기간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경우는 전주시를 방문한 대전시 확진자 ㄴ씨와 같은 식당에 머물렀던 순간뿐이란 점에서 ㄴ씨를 ㄱ씨의 감염원으로 추정했다. 이어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ㄱ씨 일행과 ㄴ씨 일행은 6.5m 떨어진 거리에 앉아있었고 두 일행이 함께 식당에 머문 시간은 5분에 불과했지만, ㄱ씨는 며칠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울러 ㄴ씨 일행과 4.8m 떨어진 지점에서 21분 정도 머문 ㄷ씨도 같은달 2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구팀은 생활방역 수칙이 제시한 1∼2m보다 먼 거리에 있었던 이들 사이에서 전파가 이뤄진 원인으로 밀폐된 실내 환경과 에어컨이 만든 공기 흐름에 주목했다. 식당은 창문이나 환기 시스템 없이 출입문만 있는 96.6㎡ 면적의 공간이었다. 천장에는 에어컨 2개가 가동되고 있었고, ㄱ씨와 ㄴ씨 사이의 공기 흐름은 초속 1.0m, ㄴ씨와 ㄷ씨 사이는 초속 1.2m였다. 감염된 사람으로부터 직접적인 공기 흐름이 생기자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비말 전파가 이뤄진 것이다.

연구팀은 “자가격리자나 검사대상자에 ‘1밀접 접촉자’만 포함하는 방식을 바꾸고, 실내시설 조사 시에는 좌석 배치와 냉·난방기 위치 및 바람 방향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실내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테이블 간 1∼2ｍ를 넘는 거리의 거리두기를 시행해야 하고, 공기의 흐름에 따라 바람 칸막이를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하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