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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단독] 상급병원 중환자실 환자 9%는 ‘비응급’ 코로나 병상 내줄 여력 있다

등록 2020-12-21 04:59수정 2020-12-21 15:37

진료 한시적 미루면 병상 확보 가능
정부 “최소 1% 전담병상 마련”
민간병원에 행정명령 내려
닷새 연속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20일 오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거점 전담병원을 자청해 병상 전체를 내놓은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25일 거점병원 개원을 앞두고 음압시설을 비롯한 시설 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환자들이 사용할 침대와 치료 장비는 공사를 위해 비닐로 덮어 놓았다. 평택/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닷새 연속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20일 오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거점 전담병원을 자청해 병상 전체를 내놓은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25일 거점병원 개원을 앞두고 음압시설을 비롯한 시설 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환자들이 사용할 침대와 치료 장비는 공사를 위해 비닐로 덮어 놓았다. 평택/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해 기준 전국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입원환자 가운데 9%는 비응급·비중증 환자여서 이런 환자들의 신규 입원을 한시적으로 미루면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최근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모자라면서 민간병원 병상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의료계에선 “중증환자를 내쫓으란 거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는데 이를 어느 정도 반박할 수 있는 통계 수치다.

20일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로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입원환자 입원 경로와 질병군을 분석한 결과, 전체 입원환자 3만8747명 가운데 2만2958명(59.3%)은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1만5789명(40.7%)은 응급실을 거치지 않고 외래 등을 통해 중환자실에 입원한 사례였다. 40.7%는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 악화로 분초를 다투며 중환자실에 입원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아울러 응급실을 거치지 않은 1만5789명 가운데 1만2128명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전문진료 질환군’ 환자였다. 전문진료 질환군이란 고난도의 심장·뇌·암 수술처럼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거나 치사율이 높은 질병, 진단이 어려운 질병, 희귀성 질병 등을 뜻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응급실을 거치지 않은 중환자실 일반진료 환자는 3339명(8.6%), 단순진료 질병군 환자는 146명(0.4%)이 된다. 이는 중환자실 입원환자 가운데 9% 정도는 비응급·비중증 환자여서 코로나19의 특수성을 고려해 진료를 한시적으로 미루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하려면 입원 중인 중증환자들을 병원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은 과도한 이야기”라며 “다만 병상을 확보하는 데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정부와 병원들이 준비를 서둘렀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진료 우선순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병원들의 진료 일정 조정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정부는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병상을 연말까지 281개 추가 확보하는 등의 병상 확보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해왔다. 하지만 병상 부족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최근 한주간 확보한 코로나19 중환자용 병상은 목표량 281개 중 31%인 93개다. 전날 기준 코로나19 중환자가 즉시 입원 가능한 병상은 38개, 수도권은 3개뿐이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환자 발생 속도에 비해 유효 병상 확보와 효율적인 환자 배정 속도가 약간씩 못 미쳐 수요보다 공급이 뒤처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8일 전국 42개 상급종합병원에 전체 허가 병상 수의 최소 1%, 17개 국립대병원에는 1% 이상을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병상으로 확보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각 상급종합병원은 23일까지 확보 목표의 60%, 26일까지 100%의 전담병상을 가동해야 한다. 중수본은 이번 명령으로 318개 병상이 추가 확보될 수 있다고 본다. 중수본은 병상 확보에 나서준 병원들을 위해 병상 단가(지난해 병상당 매출액)의 5~10배가량을 보상하고 있고, 간호인력 수당 지급, 의료진 평가 가산 등 ‘인센티브’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감염병 전담병원은 확보 목표량 약 2700개 가운데 36.4%인 984개 병상이 한주간 확보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애초 병상 3분의 1만 쓰기로 했던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의 전체 병상을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전환하고, 세종 충남대병원의 절반 이상을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는 등 병상 확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평택 박애병원 말고도 남양주 현대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등도 코로나 거점 전담병원 전환을 위해 환자를 소개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 입소 기준도 바꾸었다. 기존에는 65살 이상 환자는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앞으로는 고령이어도 만성기저질환이 없거나 산소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게 된다. 또 만성 기저질환자라고 해도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되, 입소 뒤 모니터링을 통해 증세가 악화하면 병원으로 옮기도록 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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