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아침 동해안 일출 명소인 강원 강릉시의 한 해변에서 관광객들이 해돋이를 감상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2월24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적용할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해돋이·해넘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강릉 정동진과 포항 호미곶 등 관광명소도 폐쇄될 예정이다. 강릉/연합뉴스
코로나19 3차 유행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방역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에 대한 결정을 이번 주말로 다시 미뤘다. 대신 5인 이상 사적 모임 취소를 권고하고 숙박시설 예약을 절반으로 제한하는 또다른 ‘핀셋 방역’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들은 연말연시에 감염 위험이 높은 곳들에 대한 방역 강화가 핵심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단일하게 고강도 거리두기에 나서야 할 국면에서 지역과 시설·장소별로 제한적 방역수칙만 내놓아서는 일상 곳곳에서 번지는 확산세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발표한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 대책은 각종 모임과 여행, 파티를 자제해 추가 전파를 막겠다는 것이다. 특히 5인 이상 모임 제한은 사람 간 접촉량을 줄임으로써 환자 수를 줄일 강력한 조처로 평가된다. 그러나 비수도권에서는 권고 수준에 머물러 지역 간 수위 격차를 둠으로써 풍선효과가 나올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한국이 미국처럼 넓은 국가가 아닌데도 방역 조처 강도를 지역에 따라 달리하는 것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더욱이 비수도권에서는 권고에 그친 식당 이외의 장소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래 한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 800~1000명이 넘을 때 단행하기로 한 거리두기 3단계 조처는 전국적으로 단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69명이 나왔다. 한주간(12월16~22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986명으로 3단계 검토 기준을 계속 충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국 단위에서 5인 이상 모임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봤다”며 “워낙 다양한 환경 속에서 많은 불편과 모순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대본은 식당은 마스크를 쓸 수 없는 곳인 점을 고려해 수도권에서도 식당에서의 5인 이상 모임은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집단감염이 이미 발생했던 특정 시설·장소를 중심으로 적용되는 ‘핀셋’ 방역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중대본은 2.5단계 격상 요구가 거셌던 지난달 말에도 단계 격상 대신 사우나, 아파트단지 안 헬스장, 격렬한 단체 실내 스포츠시설(GX), 음악 교습의 운영을 중단하고 10인 이상의 사적 모임 취소를 강력 권고하는 ‘2단계+α’ 핀셋 대책(1~7일)을 시행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2.5단계 기존 조처에 숙박시설 예약 50% 제한, 파티룸 집합금지, 스키장 등 겨울스포츠시설 집합금지, 정동진 등 주요 관광명소 폐쇄 등을 추가로 얹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핀셋 방역은 그 자체로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지양하고 필요한 방역만 강화하는)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많아졌다”며 “현재 확진자가 발생하는 장소들은 특정 위험시설이 아니라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거의 모든 시설이라 전반적인 지역사회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조처를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복잡한 방역수칙이 쌓이면서 국민들이 따라잡기도 어려워, 외려 동참을 이끌어내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3단계 격상에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다. 손영래 반장은 “이번주까지 환자 증감 추이를 보고 주말쯤 수도권 2.5단계·전국 2단계 조처를 연장하거나 상향하는 등의 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신중함의 배경에는 확산세가 조만간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총리는 전날 “확진자 수가 당장은 줄지 않고 있지만 휴대폰과 교통 이동량, 카드매출이 감소세에 있고 공격적 진단검사로 60살 이상 확진자 비율도 점차 줄어드는 긍정적 신호도 있다”며 “거리두기 단계 조정은 치밀하게 준비하되 마지막 카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원석 교수는 “감염 위험이 큰 업종을 계속 운영하게는 하면서 가지 말라는 신호를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피해가 누적된 분야에 대한 확실한 지원 대책을 제시하고 거리두기는 강하게 밀고 가야 확산세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교수도 “정부가 3단계로 올려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방역을 위해 국민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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