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 앞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종합민원실 폐쇄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528명으로 늘어났다. 연합뉴스
정부가 28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를 새해 1월3일까지 연장한다고 27일 밝혔다. 대신 3단계 격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연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천명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지만, 기존 거리두기와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대책의 효과를 먼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3차 유행 장기화로 지역사회 감염이 누적된 상태여서, 확산세가 쉽게 꺾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격상 논의를 1주일 유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규 확진자 수 지표가 3단계 격상 기준(한주간 일평균 확진 800∼1000명)에 진입한 시점은 열흘 전인 지난 16일(일평균 833명)이었다. 이후 하루 1천명 안팎의 환자 발생이 이어졌고 지난 한주간(12월20~26일) 일평균 확진자 수는 1017명에 이른다. 직전 주(12월13~19일)의 949명에 견주면 68명이 증가한 규모다.
요양병원·요양원 등 감염 취약시설과 종교시설 등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송파 장애인복지시설(27일 기준·누적 40명), 서울 양천 요양시설(28명), 인천 남동 어린이집(12명), 충남 아산 종교시설(8명), 경북 상주 종교시설(9명), 광주 광산 종교시설(33명)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일상생활 곳곳에서 전파가 이루어지면서 가족 감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방역당국이 최근 한달간(11월20일~12월16일) 확진된 1만5111명의 전파 특성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24.2%가 가족 내 선행 확진자를 통해 감염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1천명대 전후로 계속 신규 확진이 발생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접촉자를 통해 지역사회 감염이 더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파 속도가 훨씬 빠른 것으로 추정되는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 등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방역당국은 영국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발 입국자에 대해서도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영국에서 입국한 뒤 전날 숨진 80대 남성(사후 확진)의 검체를 확보해,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정부는 여전히 “아슬아슬한 국면”이라고 보면서도, 최대한 3단계 격상 없이 확산세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연말연시 방역대책 효과로 둔화되고 있는 증가세가 어떻게 변화할지 보면서 거리두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한주간 감염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 수)가 지난주 1.27(19일 기준)에서 1.07(26일 기준)로 낮아졌다. 조금만 더 유행 차단을 가속할 수 있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현재 환자 발생 수준에서 방역과 의료대응 역량이 한계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도 단계 격상을 하지 않은 배경으로 설명했다. 한때 한자릿수로 내려갔던 수도권의 코로나19 중환자 가용 병상은 26일 기준 80개로 늘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전체적으로 치명률도 급격히 증가하지 않아 치료에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신 중대본은 이날 추가 방역 조처를 다시 내놨다. 패스트푸드점의 경우에도 카페와 동일하게 커피·음료·디저트류를 주문할 때는 포장·배달만 허용하도록 한 것이다. 수도권에만 적용됐던 무인카페 매장 내 착석금지, 홀덤펍 집합금지 수칙도 전국으로 확대한다.
다만 전문가 일부는 거리두기 단계 조정 없이 땜질식 대처로 확산세를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병상이 추가 확보됐다고는 하지만, 3단계 격상으로 환자 발생 수를 감소시키지 못하면 어렵게 확보한 병상도 다시 빠르게 소진될 것”이라며 “더욱이 의료진의 체력적 소모가 심해 이에 따른 의료체계 붕괴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환자 수는 줄지 않고, 거리두기 단계도 조정 없이 장기간 유지되면 사람들의 경각심은 차츰 낮아질 수밖에 없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국민들의 자발적 거리두기 동참 수준은 올라올 만큼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확진자 수가 줄지 않는다면 추가 조처는 불가피하다”며 “5인 이상 사적 모임 제한은 어느 정도 효과를 내겠지만 일상 속 전파가 일어나는 공적 공간인 직장 등에서의 전파 위험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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