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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집단격리 요양병원의 비극…1곳서 한달도 안돼 38명 숨져

등록 2020-12-29 21:05수정 2020-12-30 02:44

[코로나19 사망자수 40명 늘어 최다]

집단감염 요양병원 전국 17곳 달해
확진된 의료진이 확진 입원환자 돌봐
의료장비·인력 한계 다다른 상황
“환자 이송하고 지원인력 파견해야”

수도권에 지정할 전담 요양병원
새달 중순은 돼야 운영 시작할 듯
29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한 환자가 거점 전담병원으로 가기 위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한 환자가 거점 전담병원으로 가기 위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3차 유행’이 장기화하고 요양병원·시설 등에서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으면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구로 미소들요양병원·요양원, 경기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 등 동일집단격리(코호트 격리) 조처된 일부 시설에서는 확진자들이 병상을 기다리는 사이 환자와 의료진, 직원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추가 전파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을 수도권에 지정할 예정이지만, 내년 1월 중순은 되어야 운영이 시작될 전망이다.

29일 방역당국과 미소들요양병원·요양원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5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이날 0시까지 175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간호사·간병인이 62명이나 돼 환자를 돌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확진자 가운데 129명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나머지 46명은 병원에 머무르고 있다. 또 감염되지 않은 일반 환자도 아직 100여명이 남아 있다. 제때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확진된 환자 가운데 이미 6명이 숨진 상태다.

미소들요양병원 쪽은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보름째 병원을 못 나가고 계속 일하는 직원들도 많다. 간호·행정인력 모두 부족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선 자신을 이 병원 의료진이라고 밝힌 사람은 “한 병동에서 1~3명의 간호인력이 십수명의 환자들을 레벨 D 방호복을 비롯한 방호구 4종을 착용하고 간병인 없이 기저귀 갈기 등을 케어하고 있다”며 “며칠 전 쓰러졌던 간호사도 다시 나와서 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방역당국이 집단감염 발생으로 관리에 들어간 요양병원은 전국 17곳에 이른다. 이 시설들에서 발생한 확진자만 1451명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2부본부장은 “최근 요양병원과 요양원, 기타 의료기관에서 집단감염이 증가하면서 고령층 환자의 전체 규모 자체도 커지고 비율도 증가한 것이 한달 가까이 이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단감염이 대규모로 발생한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 요양병원에서도 이날 기준 누적 확진자 166명 가운데 38명이 숨졌다. 전체 확진자의 23%가 사망한 것으로,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숨진 사람도 27명에 이른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진 10명이 확진된 입원환자 21명을 돌보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오후 효플러스 요양병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체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고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시설, 장비, 인력이 부족한 요양병원·시설의 코호트 격리는 사실상 시설 안에 있는 우리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대본 집계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046명이었고, 사망자는 역대 최다인 40명이 늘었다. 이 가운데 28명(70%)이 요양병원·시설에서 나왔다. 방역당국은 성탄절 연휴 기간 사망신고가 지연되면서 이날 사망자 수가 급증했다고 설명했으나, 3차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고위험군의 사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859명인데, 이달 들어서만 333명이 숨졌다. 정부는 요양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중앙사고수습본부 차원의 의료지원팀을 꾸려 지방자치단체가 해온 환자 재배치, 의료인력 투입 등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개설도 준비 중이나, “1월 중순쯤 운영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29일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으로 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함께 격리된 간호사가 외부 취재진을 향해 손 하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으로 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함께 격리된 간호사가 외부 취재진을 향해 손 하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애초 요양병원은 만성질환 관리로 수가를 높게 책정하지 않기 때문에 간호인력 자체가 부족한 곳”이라며 “(감염이 발생한) 민간 의료기관에서 갖고 있는 인력만으로는 환자를 돌보기 어려우니 환자들을 빨리 다른 곳으로 전원하고 인력을 파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상과 인력이 부족해서 요양병원 확진자들이 다른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 두가지를 빠르게 확충·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혜미 김지은 박태우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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