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전국으로 확대되기 하루 전인 3일 오후 추운 날씨임에도 서울 영등포구 양화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두며 산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리는 대신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조처를 2주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3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현재 거리두기 조처가 17일까지 지속된다. 대신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처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한편, 집합금지 중인 학원과 스키장 등 일부 시설은 조건부로 문을 열도록 했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수도권에서 하루 이상 (병상 배정을) 대기하는 환자가 13명으로 줄어, 방역과 의료 역량이 적절히 유지되고 있다”며 “거리두기 3단계로의 상향은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완만한 정체 국면에 들어간 코로나19의 유행 추이를 확실한 감소세로 반전시킨다는 목표 아래 현재 시행하고 있는 조처를 2주간 연장한다”고 덧붙였다.
중대본은 거리두기를 연장하는 동시에 다시 ‘핀셋 방역’으로 완급 조절에 나섰다. 4일부터 달라지는 조처를 보면, 우선 수도권에만 적용되던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처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시행 중이었던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 대책에서는 비수도권의 경우, 5명 이상 식당 모임만 금지했었다. 지난 12월 한달간의 유행 상황을 분석할 때, 특정 시설의 집단감염은 많이 줄어든 반면 일상생활의 소규모 모임과 접촉을 통한 전파가 가장 많았다는 점을 반영한 조처다.
여기에 더해 비수도권에서도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아파트 내 편의시설과 주민센터의 문화·교육 강좌의 운영이 중단된다. 수도권에서는 밀폐형 야외 스크린 골프장도 집합이 금지된다. 이곳에서는 골프 연습과 취식 행위가 가능해 모임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일부 시설에 대한 조처는 완화됐다. 수도권 학원과 교습소의 경우, 현행 거리두기 단계에서는 운영이 금지됐지만 같은 시간대 교습 인원이 9명 이하면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겨울 방학을 맞아 돌봄 역할을 하던 학원들의 기능이 소진됨에 따라 가정의 부담이 너무 커지는 점을 고려해 부분적으로 열어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원에서 기숙사 등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금지된다.
스키장 등 실외 겨울스포츠 시설도 제한적으로 운영이 허용된다. 수용 가능한 인원의 3분의 1로 인원을 제한하고, 밤 9시 이후 운영을 중단한다면 운영이 가능하다. 스키나 썰매 같은 활동의 특성은 야외의 개방적인 공간에서 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호텔·리조트·게스트하우스 등 전국 숙박시설은 객실 수의 3분의 2 이내로 예약을 제한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핀센 방역’ 조처의 한계가 있는 만큼, 근본적인 거리두기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3단계 조처인) 재택근무를 확대한다면 식당 이용과 대중교통 밀집도를 낮출 수 있다. 조금씩 활동 영역을 줄여서 확산세를 막기보다, 사회 전체적으로 위험을 낮추는 선택을 할지 말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새로이 설정해야 한다”며 “이전 3단계가 너무 엄격했다면 현행 5단계는 너무 느슨하다. 세부 내용도 복잡해서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현장에 적용하기 쉬운, 더 실효성 있는 거리두기 방안을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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