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중단됐던 영국발 직항 항공편이 재개된 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 관련 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주요 변이(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바이러스의 국내 지역사회 확산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검출률’이 최근 한주 25%에 가깝게 수직 상승했다. 전주 검출률 12.8%의 갑절에 가까운 것으로, 주로 영국 변이가 지역사회에서 확산 속도를 높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경기도에서는 백신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남아공 변이가 노인시설을 거쳐 초등학교로 추가 전파됐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전파력이 더 높다는 이유로 기타변이에서 주요 변이(우려 변이)로 분류를 바꾼 인도 변이의 국내 2차 전파 사례도 7건 확인됐다. 최근 방역당국은 지방자치단체들과 합동 대응팀을 구성해 확산 차단에 나섰지만, 대응이 한발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11%→12.8%→24.9%, 매주 오르는 검출률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2∼8일 국내 지역사회 확진자 가운데 567명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141명(내국인 129명, 외국인 12명)이 주요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었다고 밝혔다. 123명은 영국 변이, 18명은 남아공 변이로 확인됐다. 이에 따른 지역사회 주요 변이 검출률은 24.9%로 높아졌다. 4월 중순(12∼19일) 5%에서 4월 말(20∼27일) 11%를 거쳐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국외 유입 확진자(74명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35명 변이 감염 확인)까지 포함하면 지난주 검출률은 27.5%까지 올라간다. 방역당국은 주간 단위로 전체 확진자의 15%를 표본으로 추출해 유전자 분석을 거쳐 변이 여부를 파악한다.
방대본은 이날 “울산시는 2월 초 발생한 집단사례(부산 북구 장례식장·울산 골프연습장 관련) 이후 영국 변이 유행이 울산 전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고, 남아공 변이는 지난달 말 발생한 부천 노인주간보호센터 집단감염(이날 0시 기준 누적 103명 확진)에서 확인된 뒤 학교 등으로 추가 전파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남아공 변이는 지금까지 신고된 사례가 모두 159건인데, 이 가운데 60%가량인 93건이 경기도에서 나왔다.
이날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울산의 영국 변이 유행과 부천의 남아공 변이 유행이 정점을 지나서 감소 추세에 있다고 본다”며 “당분간 산발적 발생이 이어질 수는 있어서 적극적인 차단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변이 확산 지역에서 접촉자 추적 범위를 넓히고, 하루 단위로 상황 평가를 하며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있는 시설과 집단에 대해 선제 검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애초 부천 주간보호시설에 왜 남아공 변이가 전파됐는지도 파악이 안 된 상태다.
‘주요 변이’ 격상 인도 변이…당국 관리강화 전 국내 전파
세계보건기구가 전파력이 더 높다고 경고한 인도 변이도 입국자를 통해 지역사회에 추가 전파돼 경계심을 키운다. 이날 0시까지 확인된 인도 변이 감염 사례는 모두 58건이다. 지난 3월까지는 2건 검출되는 데 그쳤지만, 4월 들어서만 54건이 확인됐다. 박영준 팀장은 “58명 가운데 51명은 국외 유입 사례고, 나머지 7명은 국내에서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로서 주로 (입국자의) 가족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4일 인도발 입국자 전원을 7일간 시설 격리한 뒤 나머지 7일간 자택격리하는 등 관리를 강화했다. 그러나 이 대책이 시행되기 전에 입국한 사람들을 통해 자택격리 중 2차 전파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방대본이 경북도에 지난달 캘리포니아 변이 검출률이 47.9%에 이르는 점을 제때 통보하지 않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민자 경북도 감염병관리과 팀장은 이날 “정부가 기타변이는 일일이 지자체에 통보하지 않고 있어 최근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지역 내 캘리포니아 변이 검출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정확한 데이터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대본 회의에서도 주요하게 논의되는 것은 주요 변이에 그치고, 1인실 격리를 하는 주요 변이 감염자와 달리 기타 변이 감염자는 일반 확진자와 동일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 변이는 전파력이 20%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미국에서는 자체적으로 주요 변이로 분류한다. 이 변이도 앞으로 전파력과 중증도 차이가 확인되면 인도 변이처럼 세계보건기구의 분류가 격상될 수 있다. 지자체 통보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박영준 팀장은 “정보 공유 단계가 여러 개라 지연이 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하얀 김규현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