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살 일 테니스선수 다테 기미코 복귀·우승
“후배에 모범되고파”
“후배에 모범되고파”
지난달 7일 12년 만의 현역 복귀를 선언할 때만 해도 한물간 선수의 ‘호기’ 아닌가라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37살의 일본 여자 프로테니스 선수 크룸다테 기미코는 4일 현역 복귀 뒤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 테니스 캥거루국제여자오픈에서 단식 준우승, 복식 우승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1995년 한때 세계 4위에 오른 적이 있는 실력파였다고 해도 12년 만의 공백을 훌쩍 뛰어넘은 그의 열정과 녹슬지 않은 경기력은 많은 일본인들을 놀라게 했다. 단식경기만 8일, 16시간 이상 코트를 누비면서도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1996년 전성기 때 은퇴해 2001년 독일인 자동차 레이서인 미하엘 크룸과 결혼해서 남편성을 딴 그는 남편의 지원으로 2002년 현역복귀를 시도했다가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고 복귀의 꿈을 미뤘다. 그 뒤 장거리 달리기와 현미식으로 체질로 바꾼 그는 2004년 봄 런던 마라톤에서 3시간27분40초로 완주하는 강인한 체력을 과시해 현역 복귀의 발판을 구축했다. 그는 “현역시절보다 오히려 지구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과정에서 경기 결과보다는 테니스 그 자체를 즐기는 성숙한 면모를 보여줘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대 시절 승부욕 때문인지 고고하고 말수가 없기로 유명했던 모습과는 딴판으로 변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현역 시대는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 주위가 보이지 않은 곳도 있었다. 지원해준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한번 더 코트에 서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계 정상 도전보다는 후배선수들의 모범이 되고 싶다고 했다. “세계는 그렇게 녹록지 않다. 오히려 세계를 노리는 일본 선수들의 디딤돌이 되고 싶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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