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남(62·사진,왼쪽), 이윤숙(42·사진,오른쪽)
어버이날 맞아 정부서 수여
농협효행상 이윤숙씨 등 11명
농협효행상 이윤숙씨 등 11명
“사람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 아닙니까. 제가 특별히 잘한 것도 없는데 나라에서 상을 준다니 오히려 부끄럽습니다.”
제36회 어버이날을 맞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을 받는 한경남(62·사진)씨는 홀몸이 된 시어머니를 40년간 봉양해온 소문난 효부다. 8일 오전 10시 부산 동구 범일동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앞서 만난 한씨는 “누구나 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연쩍어 했다.
한씨는 1968년 23살의 나이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오경환(68)씨와 결혼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오붓한 가정을 꾸리던 한씨는 결혼 10년쯤 지났을 때 남편의 발병으로 졸지에 가장이 됐다. 집 근처 상가에 작은 술국집을 낸 한씨는 뇌에 혹이 생겨 말도 잘 하지 못한 채 몸져 누운 남편을 돌보며 네 딸을 키웠다. 결혼한 지 20년이 가까워질 무렵 한씨에게는 딸 하나가 더 생겼다. 선원으로 일하던 시동생이 알래스카에서 실종되는 바람에 초등학교 4학년짜리 조카딸을 돌보게 된 것이다. 지난해 봄에는 시어머니 이옥순(97)씨에게 치매증상이 나타났다. 지금껏 서로 의지하며 어려움을 견뎌온 시어머니가 쓰러지자 한씨는 식사수발을 도맡고 용변을 받아냈다.
8일 대통령 표창을 받는 최혜자(40·인천시 남구 숭의동)씨는 결혼을 앞둔 1988년말 시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결혼식을 올리지도 못한 채 한 집에 살면서 20년 가까이 병수발을 들었다.
“힘들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후회해본 적도 없어요.” 몸 한쪽이 마비된 시어머니를 매일 업고 침으로 이름난 한의원을 찾아 다닌 최씨는 설상가상으로 2001년 사망한 시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으로 주사가 심해 마음 고생을 더했다.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일하는 남편의 월급으로는 매월 100만원 넘게 들어가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최씨는 집에서 부업을 하고 분식집, 아동복 가게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시부모 부양과 집안 일, 가게 일 등을 한꺼번에 하다보니 2차례 유산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1남 2녀를 잘 키워냈다.
이밖에도 치매 시어머니를 10년간 수발해온 충북 진천 김언년(51)씨가 국민포장을, 연탄가스에 중독돼 뇌병변 장애와 치매를 앓게 된 시어머니를 20여년간 봉양해온 박성덕(68)씨와 장애가 있는 남편과 함께 시부모님을 30여년간 극진하게 모셔온 이환순(61)씨는 대통령 표창을, 4대가 함께 살면서 치매·중풍을 앓는 부모님을 20여년간 모셔온 김용덕(73)씨는 국무총리 표창을 각각 받는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7일 서울 충정로 1가 중앙본부 대강당에서 제13회 농협효행상 시상식을 열고 이윤숙(42·사진·강원도 철원)씨 등 11명에게 ‘농협효행상’을 시상했다. 대상을 받은 이씨는 88년 6남매의 장남으로 농사일을 하는 남편과 결혼해, 위암을 앓는 시아버지와 거동이 힘든 시할머니를 극진히 모셔왔다. 또 외지로 떠난 형제들을 대신해 간경화로 쓰러진 친정아버지도 봉양해 왔다. 이밖에 △ 효친부문 권화자(60·경기 남양주), 최순덕(53·충남 부여), 김강님(51·전북 순창), 라차타폰(33·전남 구례), 노재희(71·경북 영천), 이숙연(62·경남 거제) △ 경로부문 윤득숙(56·대구 달성), 엄부돌(57·울산 울주) △ 청소년효행부문 김광열(17·강원 인제), 고은지(14·전남 신안) 양 등 10명이 수상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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