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차량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가 평택공장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노동자들이 현대위아를 상대로 소송을 낸 지 7년 만이다. 이번 판결은 불법파견 논란으로 같은 유형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다른 사업장과 관련한 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8일 자동차 엔진 생산업체인 현대위아의 평택공장 하청업체 노동자 45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고용의사표시) 소송에서 현대위아 쪽 상고를 기각하고 현대위아에 ‘고용 의사 표시를 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현대위아가 정한 생산계획에 하청 노동자의 일일 작업량이 정해져 있었고 각 조립공정별 투입 인원의 실질적 작업배치권을 현대위아가 갖고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현대위아가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면서 자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시켰다고 보인다”고 판결했다. 노동자들이 속한 사내 하청업체에 대해선 “전반적인 노무관리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들의 계약상 사용자는 사내 하청업체이지만 실질적인 지휘·감독자는 현대위아였다고 본 것이다.
현대위아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소송에서 승소한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 사건을 대리한 김유정 금속노조 법률원장(변호사)은 “대법원이 고용 의사를 표시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판결이 확정된 시점부터 직접 고용관계가 형성된다”며 “회사가 이들에게 일을 안 시켜도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해야 해서 회사가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는 데 따른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소송에서 승소한 현대위아 사내 하청 노동자들도 오는 9일 평택공장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4년 현대위아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 64명은 자신들을 사실상 현대위아에 고용된 직원으로 봐야 한다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에도 33명의 현대위아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같은 소송을 걸어 1심에서 승소해 2심 진행 중이고, 추가로 15명이 제기한 소송도 1심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중간에 소송을 취하한 41명을 뺀 71명이 향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 고용될 가능성이 있다. 현행 파견법은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 정한 노동자 보호 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파견을 남용할 가능성을 고려해 파견 업종과 기한을 엄격히 제한하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이 다른 회사 노동자를 파견 노동자처럼 사용하는 건 불법이다.
다만 통상 불법파견을 확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같은 사업장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 잇따르지만 현대위아 평택공장의 경우엔 소송이 확산되는 데는 제약이 있다. 지난해 6월 현대위아가 지분을 30% 투자해 설립한 법인에 채용된 평택공장의 사내 하청 노동자 200여명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썼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위아는 2심에서 패소한 뒤 ‘자사가 일부 지분을 투자한 법인을 설립할테니 소송을 취하하고 직원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게 했다. 노동자들이 속한 평택공장 하청업체를 별도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이어서, 현대위아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소송을 제기한 이들 가운데 41명이 소송을 취하하고 법인에 채용됐다.
법인으로 가지 않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렸던 이들은 근무지가 바뀌는 등의 어려움에 부닥쳤다. 현대위아는 평택2공장을 울산으로 옮겼다거나 협력업체의 계약 대상이 울산공장으로 바뀌었다는 등의 이유로 법인 고용에 합의하지 않은 이들을 울산 공장으로 보냈다.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현대위아의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했다. 노동자들이 울산 공장의 일감 부족 등을 이유로 출근을 거부하자 수입도 끊겼다. 김영일 현대위아비정규직평택지회장은 “차라리 해고됐으면 실업급여를 받거나 다른 회사로 취직했을 텐데 하청업체가 임금도 안 주면서 고용 계약을 유지했다. 먹고 살기 힘든 저임금 노동자들 생존권을 쥐고 흔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현대위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비슷한 방식으로 고용됐던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등의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최근 현대위아와 비슷한 방식으로 자회사 고용을 추진하는 현대제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2019년 순천공장 노동자 109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2심에서 패소하자 지난 7일 사내 하청 노동자 고용 목적의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소송을 제기한 3500여명 가운데 일부라도 소송을 취하하면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계산인데, 현대위아 비정규직이 이날 최종 승소하면서 현대제철 노동자들 가운데서도 소송을 이어나가려는 움직임이 확산할 수 있다. 이강근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은 “현장에서 현대위아 판결을 서로 공유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다은 조윤영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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