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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산재 전문가 모십니다, ‘무기계약직 월 260만원’

등록 2021-07-29 04:59수정 2021-07-29 07:29

노동부, 산재 조사·연구위원 공고
직업병 정책 등 맡는데도 ‘공무직’
중대재해법 대비 위해 인력 늘리는
민간기업의 처우와 크게 차이나
세종시 어진동 고용노동부 청사. 다음 로드뷰 갈무리
세종시 어진동 고용노동부 청사. 다음 로드뷰 갈무리

산업재해 예방과 감독 등을 전담하기 위해 이달 초 신설한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산재 관련 전문가를 뽑으면서 월 최고 260만원 수준의 급여를 주는 공무직 신분을 내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본부는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위한 사전 단계인데,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에 대비해 안전 전문가를 경쟁적으로 유치하려는 민간 기업보다 미흡한 처우를 내걸어 전문인력 유치에 난항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지난 22일 공지한 ‘산업재해 예방 관련 조사·연구위원 채용 공고’를 보면,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정책·산업보건·화학공학안전·사업장 안전문화 확산 등 네 가지 분야에서 전문위원 8명을 뽑는다며 월 보수 수준을 ‘230만4600원’(기타 보수직 ‘라’ 등급 기준) 혹은 ‘264만4200원’(기타 보수직 ‘다’ 등급 기준)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다’ 등급은 산업안전보건분야 석사 학위 소유자나 안전 보건 경력이 3년 이상인 학사 학위 소유자 등이 대상이고, ‘라’ 등급은 관련 학사 학위 소유자나 산업안전보건분야 기사 자격증 소유자 등이 대상이다. 전문위원들은 화학사고의 통계와 유형을 조사하고, 직업병 예방 정책을 수립하며, 산업안전보건법 제·개정을 맡는 등 노동부의 각종 산재 관련 정책 입안에 폭넓게 관여한다. 해당 자리에 지원하려면 직무에 따라 산업안건보건법령과 화학물질의 종류·특성, 위험성평가제도 등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노동부는 명시했다.

노동부 ‘산업재해 예방 관련 조사·연구위원 채용 공고’ 갈무리.
노동부 ‘산업재해 예방 관련 조사·연구위원 채용 공고’ 갈무리.

공공성이 강한 업무를 맡지만 이들의 신분은 공무직이다. 노동부는 공무직을 두고 “공무원이 아닌 민간 신분”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공무직은 기간을 정하지 않고 공무를 수행하면서도 공무원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간제·파견·용역 노동자 등을 정규직 전환할 때 이들을 기존 공무원 직제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 직군을 만들었다. 공무직은 임금과 복리후생이 공무원보다 낮고 공무원연금법도 원칙적으로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내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민간 기업의 안전보건 관련 인력 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내건 급여와 고용 형태로는 전문인력을 끌어오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재를 연구해 온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은 “전문위원들이 국가 단위 정책에 필요한 연구를 하는데 현재 노동부가 내건 처우로는 안정적인 고용 조건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며 “지원자도 노동부가 내건 높은 수준의 자격을 충족하는 이들보다는 이런 처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로 한정될 텐데 노동부가 그 안에서 정책 역량을 어떻게 확대하고 전문성을 발휘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과)는 “공무직으로 뽑는 것까진 전문위원의 독립적 업무 특성과 원활한 인력 수급을 감안해 그럴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전문성을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게 아닌데 연봉 4천만원이 안 되는 조건으로 실력 있는 전문가를 데려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사람을 뽑는다 해도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구인사이트에 올라온 기업들의 안전보건 전담인력 구인 공고를 보면, 3년 이상 관련 경력자 연봉을 적게는 4500만원에서 많게는 6천만원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월 급여로 따지면 300만∼500만원에 이른다. 이에 더해 교통비나 복리후생비 카드를 별도로 지급하겠다는 기업도 적지 않다.

노동부는 이번 공고가 그간의 관행을 크게 벗어나는 건 아니라는 견해다. 권기섭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각 과마다 배치된 전문위원을 매번 공무직 등급 요건에 따라 뽑았지만 지금까지 실력 있는 전문위원들이 많이 지원했다”며 “보수 수준이나 고용형태 때문에 지원하는 사람이 적을 거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간과 견줘 처우 조건이 열악하다는 지적에는 “지원기간인 30일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그동안 지원자 추이를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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