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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운동에 헌신’ 이태복 전 장관 별세

등록 2021-12-04 10:47수정 2021-12-04 11:16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한겨레 자료 사진.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한겨레 자료 사진.

도산 안창호(安昌浩·1878∼1938) 선생을 존경하며 평생 노동·복지 운동에 헌신한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3일 오후 3시께 급성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71세. 지난 1일 수원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윤상원 열사 기념행사에 참석할 정도로 정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성동고와 국민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시절부터 흥사단 아카데미 활동을 시작했고, 대학생 때인 1971년 '위수령'으로 강제징집됐다.

1977년 7월 출판사 광민사(현 동녘출판사)를 설립해 '유한계급론', '한국노동문제의 구조', '노동의 역사' 등 노동 관련 서적과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같은 외국 소설을 번역 출판했다. 용산 청과물시장에서 지게꾼을 하며 노동운동을 연구했고, 1970년대말 비공개 노동운동 조직인 '전국민주노동자연맹'을 결성했다. 전노련 중앙위원 중 한명이 바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한 윤상원 열사이다. '노학연대' 전술을 제시하는 등 적극투쟁론을 전개하다 1981년 학림사건으로 경찰에 연행돼 고문 경관으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의 조사를 받은 끝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986년에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의해 '세계의 양심수'로 선정됐고, 7년4개월간 복역하다 1988년 가석방됐다.

14일 광주 광산구청 7층 강당에서 열린 ‘윤상원홀’ 명명식에 참석한 이태복 전 장관(왼쪽에서 세번째)과 김삼호 광산구청장(맨오른쪽), 윤상원 열사의 동생 태원(맨왼쪽)씨 등이 윤 열사의 흉상을 바라보고 있다. 광산구 제공
14일 광주 광산구청 7층 강당에서 열린 ‘윤상원홀’ 명명식에 참석한 이태복 전 장관(왼쪽에서 세번째)과 김삼호 광산구청장(맨오른쪽), 윤상원 열사의 동생 태원(맨왼쪽)씨 등이 윤 열사의 흉상을 바라보고 있다. 광산구 제공

1989년 10월 '주간노동자신문', 10년 뒤인 1999년 7월에는 '노동일보'를 각각 창간했다. 대기업 노조의 장기파업 등 전투적 투쟁노선을 비판하고, 노조와 무의탁 노인, 장애가정 등을 연결하는 등 노동운동의 복지 참여를 주장했다. 1996년부터는 사회복지단체 '인간의 대지' 대표를 맡았다. 2001년 3월 청와대 복지노동수석비서관, 2002년 1월 보건복지부 장관에 취임해 '의약분업 사태' 수습,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의 격차 해소 등에 힘썼다.

2007년 기름값, 휴대전화비, 카드수수료, 약값, 은행 금리 인하 등을 요구하는 '5대거품빼기 범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았고, 2012년에는 국민석유㈜ 설립준비위원과 상임대표로 활동했다. 2018년부터는 매헌윤봉길 월진회 회장, 임원으로 활동했고, 5·18 윤상원 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도 활동했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좋아해 '맹글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 저서로는 옥중 서한집 '세상의 문 앞에서'(1990), '소설 조자룡 상, 하'(1991, 삶과함께), '전환기의 노동운동'(1995, 노동자신문), '우리시대의 희망찾기'(1996, 동녘), '기백이 있어야 희망이 보인다'(2000, 동녘), 자서전 '쓰러져도 멈추지 않는다'(2002, 청년사), '대한민국은 침몰하는가'(2004, 청년사), '사회복지정책론'(2006, 나남), '도산 안창호 평전'(2006, 동녘), '안창호 - 위풍당당 민족의 자존심을 일깨운 지도자'(2007, 씽크하우스), '대한민국의 활로찾기'(2009, 흰두루), '조선의슈퍼스타 토정 이지함'(2011, 동녘), '윤봉길 평전'(2019) 등이 있다. 2003년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1971년 고인과 함께 강제 징집됐던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추모 글을 올리고 "늦은 결혼식 때 함을 지고 간 게 엊그제 같은데…"라고 황망해했다.

유족은 노동운동가 출신 부인 심복자 여사와 형제 이향복·이예복·이건복(동녘출판사 대표)·이화복·이영복(문화유통북스 대표)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고려대구로병원 장례식장 201호실에 마련됐고, 7일 새벽 발인을 거쳐 윤상원 열사가 있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전두환의 5공화국 정권은 민주화운동의 새로운 양상인 ‘노-학 연대’를 막기 위해 81년 6월 이른바 ‘학림사건’으로 명명한 ‘전국민주노동자연맹’과 ‘전국민주학생연맹’ 사건을 동시에 터뜨렸다. 사진은 이 사건의 주동자로 몰려 무기형을 살다가 88년 7월 특사로 풀려난 이태복 전 노동부 장관이 대전교도소 앞에서 어머니를 만나 기뻐하는 모습. 사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전두환의 5공화국 정권은 민주화운동의 새로운 양상인 ‘노-학 연대’를 막기 위해 81년 6월 이른바 ‘학림사건’으로 명명한 ‘전국민주노동자연맹’과 ‘전국민주학생연맹’ 사건을 동시에 터뜨렸다. 사진은 이 사건의 주동자로 몰려 무기형을 살다가 88년 7월 특사로 풀려난 이태복 전 노동부 장관이 대전교도소 앞에서 어머니를 만나 기뻐하는 모습. 사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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