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20대 대선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정당 5곳과 민중경선운동본부가 내년 대선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민주노총과 함께하는 대선공동대응기구가 단일 후보를 선출하면, 민주노총은 조직적으로 이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이 각종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2012년 대선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4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노총의 ‘대선 사업계획’을 밝혔다. 양 위원장은 “양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세력 누구도 불평등 체제를 전환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며 “기득권 양당 체제를 타파하고, 진보진영이 단결하기 위해 지난 12일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를 실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단일화 합의에 참여한 주체는 노동당·녹색당·사회변혁노동자당·정의당·진보당 등 5곳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민중경선운동본부다. 현재 정의당(심상정 후보)과 진보당(김재연 후보)은 후보가 확정됐고, 노동당과 사회변혁노동자당은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자체 경선을 진행 중이다. 녹색당은 자체 후보는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중경선운동본부도 한 전 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단일화 과정에 참여하는 대선 후보는 4명이 될 전망이다. 대선공동대응기구는 이달 안에 여론조사나 선거인단 투표 등 단일화 방식을 확정한 뒤, 이르면 다음달 안에 단일화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단일화된 후보를 배타적으로 지지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동당 창당에 기여하고, 통합진보당을 배타적 지지했던 민주노총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 이후 지지를 철회했다. 이후 열린 선거에서는 여러 진보정당의 후보들을 지지하는 방침만 내놨고, 배타적 지지는 10년 만에 처음이다.
양 위원장은 “진보정당의 분열로 조합원들의 진보정치에 대한 기대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방선거와 총선까지 진보정치가 단결하기 위한 토대와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불평등 청산’을 핵심 슬로건으로, 5인 미만·초단시간 노동자 차별 폐지,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권 보장, 공동임대주택 확대, 공공의료 강화·돌봄 국가책임, 에너지·교통공공성 강화, 산업 전환에서의 노동자 참여보장 등 대선 요구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달 13일 민주노총은 진보정당 5곳과 ‘불평등타파-한국사회대전환을 위한 민주노총-진보정당 대선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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