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들이 임금교섭 과정에서 회사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이 최종 결렬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조들은 조합원들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은 14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이 최종결렬돼 ‘조정중지’ 결정됐다고 14일 밝혔다. 공동교섭단은 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삼성전자노조 동행·전국삼성전자노조 등 4곳으로 구성돼 있다. 공동교섭단은 “두차례 조정회의에서 노조는 요구안을 대폭 양보하는 등 조정과정에 동참하고자 했지만, 회사는 노조의 최종 양보안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노조의 최종요구안은 계약연봉 정률인상이 아닌 정액인상, 여름휴가 등 최소한의 휴식권 보장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삼성전자와 창사 52년 만에 첫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한 뒤, 기존 삼성전자 노조 3곳과 함께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임금·복리후생 등에 관한 교섭을 진행해왔다. 공동교섭단은 애초 계약연봉 1천만원 일괄인상,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교섭과정에서 △포괄임금제 폐지 △계약연봉 정액인상 하되 성과급 지급기준 마련을 전제로 인상수준 조정 가능 △코로나19 격려금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최종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달 말 △노조 발전기금 지원 △사내식당 미운영 사업장에 식대제공 △제조사업장에 근무복 하의 지급 등을 최종안으로 제시했고 공동교섭단은 이에 반발했다. 조합원수가 가장 많은 전국삼성전자 노조의 회사쪽 최종안 반대율은 90%에 달했다. 결국 공동교섭단은 지난 4일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해 조정절차를 밟았지만, 회사쪽이 기존 안을 고수하면서 조정중지에 이르렀다.
삼성전자가 임금교섭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경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수준을 결정해왔던 관행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임금의 지불방법·체계·구조 등의 제도 개선에 관한 ‘협의’를 할 수 있게 돼지만, 그 ‘협의’가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약처럼 이행에 강제력이 부과되지는 않는다. 때문에 삼성 계열사들은 노조와의 임금교섭 과정에서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우선하며 노사협의회 결정 이상의 안을 내놓지 않아 여러차례 문제가 됐다. 삼성 계열사 노조들은 이에 “삼성이 노사협의회를 방패삼아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무력화시킨다”고 주장해왔다.
삼성전자 노조들이 쟁의권을 얻음에 따라 실제 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할 지 관심이 모인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쟁의행위를 위해선 노조 조합원들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한다면 이 역시 삼성전자 역사상 처음이다. 공동교섭단은 오는 1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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