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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70살 근로기준법’ 보호 못 받는 당신…계약서 봐 드릴게요

등록 2022-05-10 15:35수정 2022-05-10 18:06

직장갑질119, ‘갑질 계약서’ 신고센터 6월까지 시범 운영
직장갑질 119가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갑질 근로계약서’ 신고센터를 오는 7월까지 운영한다. 정인선 기자
직장갑질 119가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갑질 근로계약서’ 신고센터를 오는 7월까지 운영한다. 정인선 기자
7년차 방송작가 ㄱ씨는 원고 쓰는 일뿐 아니라 관리자 입에서 나오는 말이면 다 업무가 된다는 뜻에서 스스로를 ‘잡가’라고 부른다. 방송국 사무실 안에 고정석이 있었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을 따랐으며, 업무 시간 중 일거수일투족을 관리자에게 보고했다. 그는 5년 동안 근로계약서 없이 일하다가 6년차에야 1년짜리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지만,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별다른 설명 없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ㄴ씨는 2020년 한 교육 재단에 자율학습 감독 조교로 입사했다. 입사 다음 날 재단 쪽은 애초 합의에 없던 중학생 영어 수업 진행을 ㄴ씨에게 요구했다.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고 강사와 똑같은 시급을 달라고 요구하자, 재단은 ㄴ씨를 해고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해고로 봤다. 하지만 재단에서 일하는 강사 대부분이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프리랜서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는 게 걸림돌이 됐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이라는 이유로 재단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결정을 각하했다.

ㄷ씨는 지인 소개로 한 스포츠센터에 트레이너로 취업했다. 센터 쪽에서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 계약서에 사인할 것을 요구했다. 계약서를 ‘약속을 위반할 경우 위약금을 문다’는 조항이 있어 찜찜했다. 그럼에도 사인을 하고 일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 사정이 생겨 사직 의사를 표하자, 센터는 “계약 내용에 따라 ㄷ씨가 전임자의 퇴직금과 회원 수업 환불 대금을 물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ㄱ·ㄴ·ㄷ씨 모두 노동자지만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들은 10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직장갑질119의 ‘빗물 숭숭 70년 낡은 근로기준법 재건축 선포식’에 참여해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못 담는 70살 근로기준법을 손보자”고 외쳤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퇴직금과 야근수당, 연차휴가, 공휴일 유급휴가, 실업급여 등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누리기 어렵다. 직장갑질119는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는 이유로 이런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가 없도록 선포식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직장갑질119 제공
직장갑질119 제공
직장갑질119는 아파트 경비원, 피트니스 센터 강사, 학원 강사, 미용사 등을 대상으로 본인이 작성한 근로계약서가 ‘갑질 계약서’인지 확인해 주는 “계약서 봐 드려요: 갑질 계약서 신고센터”를 오는 6월말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직장갑질119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과 이메일을 통해 불법·갑질 계약서 사례를 익명으로 신청받아, 직장갑질119 소속 변호사와 노무사 10여명이 직접 상담한다. 이를 통해 부당 근로계약 실태를 파악하고 노동청에 고소·고발하는 등 법률 대응도 지원할 예정이다.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인 5월23일부터 5월31일까지 서울과 수도권의 세무서 앞에서 ‘나도 받을 수 있나? 세무서 3.3% 홍보 캠페인’도 한다. 이어 7월부터는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계약의 형식이 아닌 계약의 실질 조건을 확인하고, 프리랜서의 노동자성을 확인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프리랜서 감별사’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사실상 근로자성을 지니는 경우에도 특수고용이나 프리랜서 형태로 위장한 근로계약이 많고, 부당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는 갑질 계약이 많아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7년차 방송작가 ㄱ씨가 ‘빗물 숭숭 70년 낡은 근로기준법 재건축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인선 기자
7년차 방송작가 ㄱ씨가 ‘빗물 숭숭 70년 낡은 근로기준법 재건축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인선 기자
글·사진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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