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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창립 60돌 맞은 한국노총

등록 2006-03-10 18:13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10일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창립 60돌 기념 및 상징물 선포식에서 새로운 상징물로 만든 한국노총기를 흔들고 있다.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10일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창립 60돌 기념 및 상징물 선포식에서 새로운 상징물로 만든 한국노총기를 흔들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어용노조’ 딱지 떼고 명예회복 ‘날개’

민주노총과 함께 국내 노동계를 양분하고 있는 한국노총이 10일로 창립 60돌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의 나이에 해당하는 이날을 맞아 한국노총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노총회관에서 기념식을 여는 등 자축의 시간을 마련했다. 이 행사에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평등복지·사회연대’ 새 운동이념
비리연루 씻고 ‘제1노총’ 복귀 꿈
조직원숙·재정자립 등 숙제 남아

새롭게 변신하나?=한국노총은 60돌을 맞아 상징마크과 한국노총가를 새롭게 바꾸는 등 오랫동안 굳어온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한국노총은 1995년 민주노총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국내 유일의 전국적인 노동자 조직이었다. 1946년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이란 이름으로 출범해 54년 대한노동조합총연합회, 60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1970~80년대에는 독재정권과 유착하거나 정책적 보조를 맞춰 ‘어용노조’란 딱지가 붙었고, 이런 이미지는 지금까지 한국노총의 뒷덜미를 잡아 왔다.

민주노총 출범 이후에는 온건노선으로 선명성 경쟁에서 밀리는가 하면, 근년 들어서는 이남순 전 위원장과 권오만 전 사무총장 등 핵심 간부들이 잇따라 비리 사건에 연루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급기야 한국노총은 최근 숫적 우세로 유지해온 ‘제1노총’의 지위마저 잃었다. 2004년말까지 조합원 78만183명으로 66만8136명이던 민주노총을 앞섰으나 최근 14만명에 이르는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그 지위마저 상실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60돌을 계기로 ‘평등복지 사회 실현을 위한 참여와 사회연대적 노동조합주의’란 새로운 운동이념을 정립하고 사진전, 노동시화전, 기념 국제토론회 등을 개최하는 등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노총은 구체적으로 △산별노조 건설을 통한 조직 확대 및 강화 △사회개혁 투쟁의 강화 △사회적 대화체제 구축 등 3대 운동방향을 제시하면서 오는 2010년까지 조합원 수를 200만명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까지 세웠다.

여전히 갈길 멀어=한국노총의 이런 목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우선 ‘환갑’의 나이에 걸맞은 조직의 원숙을 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리 등 조직 문란에 대한 자체 정화기능을 높이고, 내부 민주주의를 더욱 높여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이용득 위원장의 ‘과거운동사 재조명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이날 기념사에서 “과거 운동사를 재조명해 성과를 계승하고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더욱 성숙되고 강력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짧은 그의 발언은 한국노총의 나아갈 길을 잘 드러내준다.


전문가들은 사회의 책임있는 주체로서 노동운동의 방향을 정립하는 대승적 태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럴 때만이 한국노총의 거듭나기 노력이 단순히 겉모양만 바뀌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적 변화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적 자립 또한 한국노총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금껏 노총은 상당한 정부 지원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이런 지원이 줄어 재정이 어려워진데다 궁극적인 조직의 자립을 위해서도 재정자립은 필수다.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더 많은 자주성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비정규직 법안에 현실적으로 대응하는 등 정치적 교섭에서 항상 실리를 많이 취하고 정책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더 원숙한 사회적 대화와 책임있는 자세를 주문했다.

김일주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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