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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청년·비정규위원회 방치 7개월…경사노위 ‘MZ 재편론’에 헛웃음만

등록 2023-06-13 14:54수정 2023-06-13 15:44

지난 2월21일 오후 서울 중구 동자아트홀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출범식에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2월21일 오후 서울 중구 동자아트홀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출범식에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정부에서 만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청년·비정규직·여성 등 계층별 위원회가 지난해 하반기에서 올해 초까지 임기를 마친 뒤 짧게는 5개월 길게는 7개월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사노위 대화 불참을 선언한 한국노총에 맞서 정부와 여권이 엠제트(MZ) 노조 등 청년·비정규직·여성을 중심으로 경사노위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미 경사노위에 있던 취약 노동자의 회의체조차 윤석열 정부 이후 사실상 방치돼 온 셈이다. 양대노총 바깥에서도 “대화 중단 책임을 회피하려 정부와 여당이 청년과 비정규직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사노위 계층별 위원회 운영 상황을 12일 보면, 2021년 만들어진 ‘청년위원회 2기’는 지난해 10월 말 1년 임기를 끝으로 7개월 가까이 이후 회의체를 연장하지 않았다. 1기를 마치고 2기 청년위원회가 구성될 때까지 3개월 정도의 간격이 있었던 것에 비춰 공백이 길다. 경사노위 본위원회 위원이자 청년위원회 2기 위원이기도 했던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청년위원회 3기를 이어가려는 시도조차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여성 등 다른 계층별 위원회 사정도 비슷하다. 경사노위는 이전 정부 때 만들어져 지난해 10월 말 임기가 끝난 비정규직위원회(2기)와 올해 1월 종료된 여성위원회(2기)도 임기를 연장하지 않고 3기로 재편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청년·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경사노위 재편’을 언급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엠제트 노조도 있고, 비정규직도 있고, 전체 노동자의 수적인 대표성을 반영해서 새롭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도 “엠제트세대 노동자 중심인 새로고침협의회나 한국노총 내 지역·산별 조직과 계속 대화하겠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되자 “한국노총과 대화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4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경사노위 위원장이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를 근로자 위원으로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하는 내용의 경사노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는 한국노총이 추천하는 단체가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로 참여한다.

한국노총의 대화 중단 선언 이후 갑작스레 다양한 노동 계층의 경사노위 참여를 강조하는 정부·여당 움직임에 막상 해당 계층으로 참여해 온 단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문유진 대표는 “참여 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청년 노동자로 저변을 넓히려 해왔는데 현재 경사노위는 노사정 협의도 없고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조차 없는 상태가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청년 비정규직을 끌어들여 논의하고 싶었는데 못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2기 청년위원회에 참여한 나현우 청년유니온 사무처장도 “한국노총의 추천은 있었지만 청년 집단을 독자적으로 대표했을 뿐 양대노총에 영향을 받은 적은 없다”며 “대표성을 지닌 단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원하는 단체만 포함된 사회적 합의 기구가 내놓는 권고나 합의문이 사회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애초 경사노위는 이전 노사정위원회를 해체하고 새로 만들어질 당시 노사정위와는 달리 다양한 노동자 계층을 논의에 포함한다는 명목으로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계층별 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에 산업·직종 단위의 ‘업종별 위원회’와 그때그때 핵심이 되는 구조적 주제를 다루기 위한 ‘의제별 위원회’가 더해졌다. 실제 경사노위 출범부터 지난 3월까지 이들 위원회를 중심으로 나온 합의문과 권고문을 보면, 근로장려세제(EITC)·기초연금 확대, 한국형 실업 부조 도입, 전 국민 고용 보험, 대리운전·가사·플랫폼 노동자 보호 방안 등 취약 노동자에 필요한 재정 지원과 제도적 개편이 대부분이다.

여전히 과도기라는 평가가 많지만 최소한 경사노위의 지향점으로 ‘사회적 포용성의 제도화’가 꼽히는 배경이다. 다만 현재 업종별 위원회 또한 모두 기한 종료 뒤 윤 정부 들어 새 회의체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의제별 위원회는 공무원노사관계위원회 정도의 임기가 남아 있지만, 역시 지난해 12월 이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전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경사노위의 논의 구조는 한국노총의 대화 중단 선언이 아니라 사실상 이번 정부 출범 이후 멈춰 선 것으로 본다”며 “불평등 해소나 포용성 확대 같은 논의를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창구가 중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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